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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 마지막까지 적반하장 태도 보여
헌재, 尹 비틀어진 인식 질타... 시민 역할 강조
결정문에 법률 용어 대신 직관적 서술로 '찬사'
윤석열 전 대통령이 2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변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지난 2월 25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외쳤다. 그는 "병력 투입 시간이 불과 2시간도 안 된다"고 강조했고, "부상당한 군인들은 있었지만, 일반 시민들은 단 한 명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12·3 불법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 대심판정에서 67분간 3만 7,000여자를 쏟아냈지만, 불법계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불법계엄 후 122일간 윤 전 대통령의 적반하장 태도를 지켜본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선고기일에 그의 비틀어진 인식을 준엄히 꾸짖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4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 승리대회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어올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적반하장 태도 꾸짖은 헌재



헌재는 지난해 12월 3일 불법계엄이 2시간 만에 해제될 수 있었던 건, 윤 전 대통령 의지가 아닌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라고 밝혔다.
실제 계엄 당일 수천 명의 시민들이 여의도로 몰려와 국회를 봉쇄한 군경에 저항했고, 계엄해제 요구안을 가결하기 위해 황급히 달려온 국회의원들은 시민들 도움 속에 가까스로 담을 넘었다. 군인들 또한 상관의 지시를 받고 출동하긴 했으나 일반 시민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무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헌재는 "실탄 지급을 금하거나 (계엄해제 요구안 결의 후) 병력을 철수한 것 모두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군인들 스스로가 상황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불법계엄을 빨리 끝낼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해제에 적어도 며칠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고 자인한 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해제 후 개최된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우리 군이 윤 전 대통령의 명을 받들어 임무를 수행했으나 중과부적으로 원하는 결과가 되지 않았다'고 발언한 점 △최상목 기획재정부장관 겸 부총리에게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전달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아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에 대해서도 고개를 내저었다. 헌재는 "(707특수임무단이 국회 본관 내부로 진입하자) 국회 직원, 국회의원 보좌관 등은 집기류를 쌓고 소화기를 분사하고, 몸으로 막는 등 이들을 저지했다"며 "그 과정에서 일부가 부상을 입음과 동시에 6,600만 원 상당의 물적 피해도 발생했다"고 짚었다.

헌재는 국가긴급권 남용에 희생됐던 아픈 과거를 언급하며 이번 불법계엄이 우리 사회와 국민들에게 안긴 상처가 너무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헌재는 "이 사건 계엄 선포 및 그에 수반하는 조치들은 사회·경제·정치·외교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이제는 더 이상 국가긴급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던 국민에 큰 충격을 안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 파장을 고려할 때 피청구인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됐다"며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가 4일 전원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문형배(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미선, 김형두, 정형식,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조한창 재판관. 사진공동취재단


"국민 눈높이에서 쉽게 쓰인 결정문" 찬사 쏟아져



헌재의 이번 결정문은 시민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어려운 법률 용어 대신 직관적 서술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작성됐다는 점에서 각계각층의 찬사를 받았다.
결정문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주도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법학교수회는 전날 성명에서 "장기간의 평의와 숙고를 통해 그 결정문을 국민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고 유연한 논리로 작성해 국민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며 "마디마디, 조목조목 짚었다. 헌재 재판관들의 노고와 수준에 경의를 표한다"는 극찬을 쏟아냈다. 유시민 작가도 자신의 SNS에 "쉽고 간결하고 적확하다"며 "국민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감동으로 울컥했다"고 썼다.

연관기사
• 尹 파면 이유 명료했다 "헌법 수호 책무 저버리고, 국민 신임 배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0410220005176)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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