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지난 2월 11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미국과 유럽 간 ‘무관세 자유무역지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지 사흘 만에 나온 발언이다. 그는 이번 ‘관세 전쟁’을 주도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고문도 공개 저격했다.
머스크는 5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부총리 마테오 살비니가 주최한 우파 정치 행사의 영상 축사에서 “이상적인 형태는 미국과 유럽이 모두 무관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며, 이는 사실상 양 지역 간 자유무역지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도 가능해져야 한다. 유럽에서 일하고 싶거나 미국에서 일하고 싶다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것이 내가 대통령에게 한 조언”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나바로 고문도 공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설명한 나바로 고문의 인터뷰 영상을 올린 한 누리꾼의 엑스 게시물에 단 댓글에서 “(나바로가 갖고 있는)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라며 “그건 두뇌보다 자아가 큰 걸 의미할 뿐”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사용자가 나바로의 통상 정책을 옹호하자 머스크는 “그 사람은 아무것도 만들어낸 게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나바로 고문은 ‘관세 전쟁'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관세 정책으로 연간 최대 6000억 달러(약 875조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11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의견서’에서도 트럼프표 관세 정책에 반대했다.
미국 시엔비시(CNBC)에 따르면 9일 0시 1분(미 동부시각·한국시각 9일 오후 1시 1분)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머스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와 금융권 인사들이 관세 정책에 대해 ‘상식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인 마라라고 리조트를 찾는다. 이들은 지난 1월 취임식 당시 거액의 기부를 한 주요 지지자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자신의 판단을 고수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과 여러 나라가 미국을 지속해서 나쁘게 대우해 왔다”며 “이번 조치는 경제 혁명이며, 쉽진 않겠지만 결과는 역사적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