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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스자산운용 승소했던 항소심 뒤집혀
대법 “약관에 따른 반대매매 자본시장법 위반 아냐”
[법알못 판례 읽기]


KB증권 사옥. 사진=KB증권


대법원이 투자중개업자가 투자자에게 추가증거금 예탁요구(마진콜)를 하지 않고 실행한 해외 파생상품 반대매매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이는 반대매매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항소심 판결을 뒤집은 결정으로 국내 증권업계의 해외 파생상품 중개 관행에 중요한 법적 근거를 제공할 전망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3월 13일 KB증권이 “반대매매에 따른 미수금을 지급하라”며 위너스자산운용과 그 펀드 4곳을 상대로 낸 소송과 위너스자산운용 측이 반대매매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KB증권을 상대로 낸 반소의 상고심(2024다215375, 215382)에서 KB증권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너스자산운용과 그 펀드 4곳은 2019~2020년 KB증권에 해외 파생상품 거래계좌를 개설하고 오사카 증권거래소의 닛케이(Nikkei)225 지수 풋옵션에 투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2020년 2월 28일 닛케이 지수가 약 3.67% 하락하자 KB증권은 계좌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마진콜 없이 2월 29일 새벽 0시부터 5시 30분경까지 닛케이 풋옵션 전부에 대한 반대매매를 실행했다.

이후 KB증권은 위너스자산운용 측에 반대매매 과정에서 지급한 결제대금과 예탁금의 차액인 미수금 151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위너스자산운용 측은 위법한 반대매매로 계좌에 보유하고 있던 예탁금 전부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KB증권을 상대로 예탁금 합계 244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대법 “반대매매 관련 약관, 자본시장법 위반 아냐”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금융투자협회의 표준약관인 ‘해외 파생상품시장거래 총괄계좌 설정약관’ 제14조 2항(이하 이 사건 약관 조항)의 효력이었다.

이 약관은 “장중에 시세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인해 고객의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보다 낮은 경우에는 위탁증거금의 추가 예탁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필요한 수량만큼 미결제약정을 반대매매하고 예탁한 대용증권을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약관 조항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이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약관 등에 의해 자신이 보유한 파생상품 등에 관한 반대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투자자는 파생상품 등 보유자산 가액이 일정 증거금 수준에 미달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고 장중에 시세가 급격히 변동돼 일정 증거금 수준에 미달하게 된 경우에는 투자중개업자로부터 추가예탁요구를 받지 않더라도 부족분을 만회할 수 있도록 지체없이 추가 예탁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투자중개업자의 ‘장중 반대매매’ 행위는 투자자가 파생상품 등 거래에 따른 증거금의 추가 예탁을 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경우에 투자자로부터 파생상품 등의 매도와 매수권한을 일임받아 그 파생상품 등을 거래한 것이므로 자본시장법 제7조 제4항 및 그 위임에 따른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7조 제3항 제3호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일임매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유럽형 옵션도 반대매매 적용 대상


두 번째 쟁점은 유럽형 옵션인 닛케이 풋옵션이 장중 반대매매 대상이 될 수 있는지였다. 위너스자산운용 측은 해당 상품이 만기까지 권리실행이 불가능한 ‘유럽형’ 옵션인데도 평가손실만을 이유로 반대매매를 진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럽형 옵션의 만기 도래 전이라도 급격한 시세의 변동으로 만기에 투자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의 결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그에 비해 투자자의 위탁증거금 액수는 결제예상금액에 크게 미달하는 등으로 만기 시점의 결제불이행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커졌을 경우 투자중개업자는 결제불이행 위험의 현실화 및 더 큰 손실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설명서의 내용 중 장중 반대매매의 이유를 설명하는 ‘해외선물은 장중에 미수발생 가능성이 있다’라는 부분은 ‘협의의 선물’에 대한 거래에 한정해 장중 반대매매가 실행될 수 있음을 안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중에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 결제불이행 위험이 현실화되거나 크게 증가할 수 있는 ‘(해외)선물’ 및 ‘(해외)옵션’ 거래 모두를 대상으로 원고가 위험의 현실화에 대비하기 위해 장중 반대매매를 실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유럽형 옵션인 닛케이 풋옵션 역시 약관 조항에 기한 장중 반대매매의 대상이 된다”고 명시했다.

KB증권, 선관주의의무 위반 아냐


대법원은 마지막으로 반대매매 실행 요건의 충족 여부와 KB증권의 선관주의의무 이행 여부를 검토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반대매매를 실행했을 무렵에 피고들이 투자한 닛케이 풋옵션 등의 실시간 시세 변동을 반영해 평가위탁총액을 산정하면 그 금액이 위탁증거금의 20% 미만으로 하락한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따라서 반대매매 당시 약관 조항에 의한 장중 반대매매 실행 요건이 충족됐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한 투자중개업자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투자중개업자가 전문가라 하더라도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파생상품의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반대매매 대상이 된 파생상품의 가격이 하락 또는 상승하는 경향이 뚜렷해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거래 기회가 있음을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후적으로 실제 반대매매 결과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반대매매를 할 기회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돋보기]

광장·율촌, 상고심 승소 이끌어


이 사건은 1심에서는 KB증권의 반대매매 정당성을 인정했으나 2심에서는 금투협 표준약관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며 KB증권의 미수금 청구를 기각하고 오히려 KB증권에 30%의 책임을 인정해 위너스자산운용 측에 7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사건은 다시 항소심으로 돌아가 약정 위반 여부와 손해배상액 등이 재심리될 예정이다.

법무법인 광장(김형진·신영철·임지웅·최승훈)과 율촌(문일봉·민제원·이정윤·이희중·최웅영)이 KB증권을 대리해 승소를 이끌었다. 위너스자산운용 측은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로고스, 린이 대리했다.

광장 측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 사건 약관은 금융투자협회가 제정한 표준약관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서 원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수많은 반대매매의 적법성이 부인되어 매우 큰 혼란과 대수의 분쟁이 초래될 수밖에 없었다”며 “대상 판결에서 장중 반대매매의 적법성을 확인함으로써 위와 같은 혼란과 분쟁 가능성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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