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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 리더십 구축과 위기에 빠진 자동차 산업·에너지 기업 보호 과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사진=AP·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 공화국 역사상 다섯 번째로 오래 지속된 내각을 이끌며 정치적 안정성을 보여왔다. 강경한 이민정책과 보수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내외부의 도전에 강하게 대응하며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또한 국민이 직접 총리를 선출할 수 있도록 총리 직선제 개헌을 추진하면서 정치 시스템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이어가며 ‘구조 혁신가’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위험천만한 외교적 줄타기를 시도하다 예상치 못한 함정에 빠져버렸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각별한 개인적 친분을 활용해 미국과 유럽 간의 관계를 잇는 ‘대서양의 가교’라는 야심 찬 전략적 역할을 꿈꿨다.

그러나 그 야심은 트럼프가 내놓은 보호무역주의라는 날카로운 칼날 앞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에 매긴 고율 관세와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들에 가한 강력한 제재 압박이 그의 계획을 순식간에 뒤엎어 버린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자존심이자 경제의 핵심인 자동차 제조사 피아트는 미국 수출 급감으로 큰 타격을 받았고 에너지 기업 ENI는 미국의 압박에 짓눌려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 충격으로 멜로니 총리가 꿈꿨던 대서양의 가교는 허망하게 무너지기 시작했고, 유럽과 미국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으며 그의 이미지 브랜딩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멜로니 총리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주목되는 가운데 그의 이미지 브랜딩을 ABC 측면에서 분석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월 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한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Appearance
외형적으로 강렬한 리더십 이미지와 드러난 균열


멜로니는 자신의 외적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구축해왔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선택한 검정 슈트와 하얀 셔츠는 완벽한 외교적 균형과 신뢰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였다.

트럼프 옆에서 여유 있는 미소와 안정된 자세로 찍힌 사진 한 장은 그가 국제무대에서 강력한 후원자를 확보했음을 드러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탈리아 의회에서 짙은 색 정장을 입고 강인함과 결연한 리더십을 강조했던 그의 전략은 최근의 외교적 실패 앞에서 오히려 그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공식 행사에서 베이지나 회색 슈트를 입으며 온건한 협상가 이미지를 연출했던 그의 모습조차 현재 상황에서는 우유부단함으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붉은색 슈트를 입고 애국심을 호소했던 공식 프로필 사진은 이제 멜로니의 공허한 상징처럼 보이게 됐다.

결국 멜로니가 공들여 구축한 외적 이미지와 실제 정치적 위기가 충돌하면서 균열이 생겼다고 분석된다.

Behavior
모호한 태도와 흔들리는 리더십의 민낯


멜로니의 모호하고 불명확한 행동은 외교적 난국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는 트럼프와의 친분을 기반으로 경제적 이익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정책으로 이탈리아 자동차산업이 초토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멜로니는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

특히 자동차산업 중심지인 토리노는 실업률이 급증하고 경제적 불안감이 팽배했지만 그는 이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외면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비판의 중심에 섰다. 게다가 미국이 ENI의 이란 협력 사업을 문제 삼아 제재를 가했을 때도 멜로니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침묵했다.

이 침묵은 유럽 동맹국들에 커다란 실망과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멜로니는 국내 정책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일관되고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출산장려정책, 기업 규제완화 및 세제 혜택, 범죄 대응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 등에서 그는 ‘결단력 있는 개혁가’로서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023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하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Communication
전략적 침묵이 초래한 치명적인 리더십 위기


외교적 위기 속에서 전략적 침묵과 모호한 발언으로 일관하면서 과거 직설적이고 명확한 소통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던 멜로니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예컨대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군사 개입을 논의할 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명확한 리더십을 보인 반면, 멜로니는 미국과의 관계와 국내 여론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며 우유부단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서도 그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 없는 말만 반복하며 국민과 기업이 원하는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그의 침묵이 불신과 혼란을 키운 셈이다. 그러나 최근 멜로니는 주요 정책에 대한 브리핑 영상과 국민 의견 청취 형식의 대담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소통 의지를 보여주는 긍정적 시도를 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지금 멜로니에게 필요한 것은 트럼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이탈리아만의 독자적이고 분명한 리더십을 구축하는 용기다. 자동차산업 위기에 대한 구체적이고 단호한 대응 방침과 에너지 기업 보호를 위한 명확한 국제 협력 전략 제시가 당면 과제다.

아울러 유럽 내에서 이탈리아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고 경제와 안보에서의 균형 있는 접근을 선보인다면 ‘대서양의 아이콘’이라는 비전도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모호함과 침묵을 고집한다면 멜로니는 역사 속에서 ‘길을 잃은 지도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지도 모른다. 과연 멜로니는 지금의 위기를 반전시켜 ‘대서양의 진정한 아이콘’으로 부활할 수 있을까. 운명의 열쇠는 그의 다음 선택에 달려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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