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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사이 몽고메리 '거북의 시간'
'거북의 시간' 저자인 사이 몽고메리가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한 거북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돌고래 제공


이번엔 거북이다. 세계적인 동물 생태학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사이 몽고메리가 만난 생명체다. 그는 평생 세계의 오지를 탐사하며 문어, 돌고래, 오랑우탄, 벌새, 호랑이, 돼지 등 동물과 교감하며 30여 권의 저서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런 그가 60대에 접어들어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는 ‘거북구조연맹’ 본부의 인턴이 된다. 책 ‘거북의 시간’에는 그가 거북과 함께 생활하고 거북을 연구한 2년의 시간이 다큐멘터리처럼 담겨있다.

연맹이 있는 미국 동북부에서 거북은 대표적인 애완동물이다. 오랫동안 이 지역 사람들과 가까이 살아온 파충류지만, 지역 전체 거북의 20%가 매년 도로를 건너다 차에 깔려 죽는다고 한다. 몽고메리는 연맹에서 사고를 당한 거북을 구조해 치료, 재활하는 과정에 동행한다. 그리고 거북의 놀라운 회복력을 발견한다.

사이 몽고메리(오른쪽)와 야생동물 전문화가 맷 패터슨이 늑대거북 파이어치프를 안고 있다. 돌고래 제공


늑대거북 처트니는 심장이 멎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또 다른 늑대거북 파이어치프는 사고로 척추가 부러지고 뒷다리가 마비됐지만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거북은 죽은 것과 다름없어 보이는 가사(假死) 상태에서도 며칠을 버틴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거북의 시간은 느리지만 끝내 회복한다”고.

치유의 핵심은 느림이다. 거북은 움직임도, 호흡도, 맥박도 느리다. 올리브바다거북은 차가운 물 속에서 일곱 시간 동안 숨을 참을 정도로 느리게 호흡하고, 붉은귀거북은 심장이 1분에 한 번만 뛸 때도 있을 만큼 맥박이 느리다. 죽을 때도 느려서, 미국에선 머리가 잘린 후 5일 동안이나 심장이 뛰었다는 악어거북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과거 공룡과 함께 살았던 동물인 거북이 현재 총 350여 종으로 분화해 전 세계 모든 대륙에 퍼져있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거북 생명의 역사는 상상하기도 벅찰 만큼 긴 2억5,000만 년. 거북을 구조하는 사람들은 “거북 앞에서 포기란 없다”고 말한다.

거북의 느린 시간, 자연의 시간은 인류가 숨가쁘게 내달려온 문명의 시간에 의문을 던진다. 계절의 순환처럼 매번 갱신되며 회복하는 거북의 시간이야말로 불안과 혼란의 시대, 망가진 삶을 복원해 줄 해독제가 아니겠느냐고.

이 책은 아마존, 워싱턴포스트, 뉴사이언티스트의 '2024 최고의 책'에 선정됐다. 미국 야생동물 전문화가 맷 패터슨이 그린 거북 삽화가 장마다 수록돼 있어 거북이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야생동물 전문화가 맷 패터슨이 그린 거북 삽화. 돌고래 제공


거북의 시간·사이 몽고메리 지음·맷 패터슨 그림·조은영 옮김·돌고래 발행·412쪽·2만 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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