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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 명 예고했지만 1만8000명
선고당일 집회장소 한남동으로 바꿔
일각서는 "왜 헌재로 안 왔냐" 불만
세이브코리아 활동중단에 대안 사라져
일부 지지자 "전광훈에 힘 실어줘야"
집회 나오던 국힘 의원들도 종적 감춰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오른쪽)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5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연 광화문 국민대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하자 보수단체 사이에서 서로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단일대오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자유통일당 집회에 단골로 등장하던 국민의힘 의원들도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진행된 집회에서는 자취를 감추는 등 정치권에서도 눈치싸움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경찰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파면 후 첫 주말인 5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인근에서 진행된 보수단체 집회에 비공식 추산 1만8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전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집회를 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내일 3000만 명이 광화문에 모여야 한다”고 말한 것과는 대조되는 인원이다. 그간 꾸준히 300만 명의 집회 추산 인원이 모였다고 주장하던 주최 측도 이날 추산 인원은 100만 명으로 발표했다.

이처럼 윤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보수세력이 더욱 강하게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하는 등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달 3일 전광훈이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자유통일당 등은 당초 4일 광화문에서 진행하기로 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급하게 한남동으로 변경했다.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기각 혹은 각하인 것을 미리 알고 복귀 축하 행사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8대 0의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자 지지자들은 분노했다.

탄핵 결과가 나오자 안국역 등 헌재 인근에서 집회를 하던 소수의 인원 사이에서는 헌재로 향해 선고에 불만을 표출해야 하는데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앞으로 집회 장소를 바꿔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하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4일 안국역 집회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은 “도대체 한남동으로 간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 곳에 화력을 집중해도 모자른데 한남동에서 쓸데 없이 노래를 틀고 축제를 벌이고 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당시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력 사태로 고발된 전광훈이 탄핵 인용 시 헌재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일부러 집회 장소를 한남동으로 옮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매주 전광훈 측의 주말 집회에 참석해왔다는 서울 시민 60대 박 모 씨는 “헌재에 분노의 목소리를 내야 했지만 집회 장소를 옮기는 바람에 무산됐다”며 “이 사태는 전 목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29일 울산시 남구 번영사거리 일원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선고 직후 각 보수 단체의 반응도 엇갈렸다.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 씨를 주축으로 하는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당초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에서 집회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탄핵 인용 직후 유튜브 방송을 통해 승복을 선언하며 더이상 집회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국본 등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끝까지 저항하겠다며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이전처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광훈 측의 대응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세이브코리아 등 다른 보수단체가 활동을 중단하면서 대안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A 씨는 “4일 한남동으로 간 전광훈 측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저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지금으로서는 여기(대국본 집회)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예 목소리가 죽으면 안되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했지만 대안이 생기면 다시 생각을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지지자들은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보수 단체인 전광훈 측에 힘을 실어줘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보수 집회와의 거리두기를 하려는 조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자유통일당의 삼일절 집회 당시 강승규, 김선교, 강민국, 김종양, 김석기, 박대출, 서천호, 조배숙, 나경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었다. 이달 1일에도 박대출 의원이, 2일에는 김민전 의원이 각각 집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5일 탄핵 인용 후 첫 집회에 나타난 국민의힘 의원은 윤상현 의원이 유일했다. 윤 의원은 연단에 올라 “우리 대통령을 살리는 것이 대한민국 살리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싸워왔지만 우리는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며 “송구스럽고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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