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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5일 오후 서울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연 ‘승리의날 범시민대행진’ 에서 참석자들이 민주주의 승리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비상계엄 선포 123일 만에 내란 수괴 윤석열을 무너트렸습니다. 우리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광장에서 사랑과 연대의 힘으로 승리하는 법을 배운 우리는 분명 12월3일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무대 위 사회자의 발언을 듣고, 서로를 바라보는 시민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12·3 내란 사태 이후 광장을 지켜 온 색색깔 깃발들이 분노 대신 기쁨을 담아 흔들렸고, 자원봉사자들은 고깔모자로 치장하고 시민을 안내했다. “고생 많았다”고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이들도, “어제는 이상하게 잠이 안 오더라”며 장난스레 투정하는 이들도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5일 오후 17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서울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8차 범시민 대행진’(범시민대행진)을 열었다. 매 주말 일상을 뒤로한 시민들의 “윤석열을 파면하라” 구호가 울렸던 서울 도심은 이날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새 세상을 맞이하자”는 구호로 가득 찼다. 세월호·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시민들에게 떡과 과자를 건넸고, 직접 만들어 온 ‘탄핵 기념 굿즈’를 전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봄비 속에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든 시민들이 동십자각부터 광화문까지 도로 250여 미터와 주변 보도,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집회에는 ‘주권자 시민 승리의 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5일 오후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8차 범시민 대행진’가 시작되기 전 시민들이 깃발에 앞으로의 바람을 적고 있다. 박고은 기자

집회 무대에 오른 윤석열 탄핵 심판 국회 소추위원들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시민에게 보고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고드린다. 2025년 4월4일 오전 11시22분.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은 파면되었다”며 “헌법의 적을 헌법으로 물리쳐준 헌법재판소에 감사드린다. 민주주의 적을 민주주의로 물리쳐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고단했던 지난 4개월의 기억을 되짚고 파면 선고의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민 박나혜씨는 무대에 올라 “문형배 재판관이 주문을 말하는 순간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서울로 트랙터를 데려오기 위해 밤을 새우던 남태령, 키세스 시위대가 됐던 한남동, 집에서, 광장에서, 회사에서 함께 했던 조마조마했던 그 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드디어 첫발을 내디뎠다. 이제 뒤로 가지 말고 앞으로 헤쳐나가자”고 외쳤다.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오른 장애 여성 진은선씨도 “광장에 함께 모인 우리는 같지 않지만 서로 다른 차이 속에서도 비슷한 점을 찾고 차별과 억압의 경험을 연결해왔다”며 “이 연대의 힘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파면 이후의 일상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비상행동에 속한 단체 대표자들은 정치·사법 개혁, 불평등 해소, 돌봄과 복지 확충, 성평등, 기후위기 해소, 노동권 보장, 생명권 보장 등의 과제와 대안이 담긴 ‘탄핵 너머, 대선 너머, 사회 대개혁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제목의 선언문을 읽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5일 오후 서울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연 ‘승리의날 범시민대행진’ 에서 참석자들이 환한 표정으로 민주주의 승리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무대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같은 마음을 전했다. 충청남도 아산에서 온 조현(45)씨는 “지난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에 뭉클했지만, 또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며 “헌법의 가치를 정말로 수호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직장인 이아무개(38)씨는 “퇴근하고 누나랑 고기도 먹고, 탄핵 콘서트도 구경하고, 밀린 스포츠 경기도 몰아봤다”며 전날 파면 선고 이후 되찾은 일상을 전하며, “장애인이나 빈민은 차별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이 답답하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소외당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재영(42)씨도 “상대를 혐오하고 적대하는 극우 세력을 시민의 힘으로 이겨낸 것이 가장 인상 깊다”며 “기본적인 상식에 바탕해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굵어진 빗줄기 속에서 시민들은 그간 집회 현장에 울렸던 에스파의 ‘위플래시’와 무한궤도의 ‘그대에게’에 맞춰 뛰며 몸을 흔들었다. 축제의 공간이 된 도심에서 노래 박자에 맞춰 울린 구호는 “파면, 파면, 윤석열 파면”이 아닌 “바꿔, 바꿔, 세상을 바꿔”로 변해 있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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