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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통계와 달라···20대 9회 1명인데 선원
실업급여, 왜곡·조롱 과해 ···“外人도 가능”
지난달 27일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 채용박람회에서 한 참가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달 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한 실업급여 받는 친구들’이란 글이 관심을 끌었다.

이 글은 ‘친구들이 실업급여를 9번이나 탔다고 한다’며 본인처럼 평범한 청년이 친구 3명 탓에 사회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글쓴이는 취직을 위해 매일 공부하고 자격증 취득에 어려움을 겪는 게 일상이다. 반면 실업급여를 9번 받은 친구들은 성형을 하거나 저축도 하지 않는 일명 욜로족이라고 했다. 이런 친구들에게 근로자와 사용자가 낸 돈으로 정부가 관리·배분하는 실업급여 혜택이 9번이나 주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글쓴이는 “다시 친구들을 만나는데, 노력하지 않고 돈만 타는 욜로들을 보면 무기력해진다”고 했다.

이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공분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글쓴이는 ‘20대 이야기’란 공간에 자신을 ‘평범한 청년’이라고 소개했다. 우리 사회에서 보호 받아야 할 청년의 하소연은 주목도가 높다. 게다가 실업급여는 혜택 확대와 축소를 두고 찬반이 뜨거운 제도다. 이 글을 여러 언론 매체가 소개한 ‘배경’으로 보인다.

걱정스러운 점은 글쓴이가 ‘친구들’에게 속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글대로 실업급여를 9번 받은 청년 3명은 국가 통계 상 없다. 고용노동부를 통해 청년(20~29세)의 실업급여 수급 횟수를 확인한 결과 고용보험 제도 도입 이래 실업급여를 9번 받은 청년은 1명뿐이다. 8회는 5명이고 10회 이상은 없다. 3회 이상 받은 청년의 비율을 보면 3회는 1.7%, 4~7회는 0.2%에 불과하다.

지난달 27일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9번 실업급여를 수급한 1명은 선원이다. 선원이나 타워크레인 기사는 업종 특성 상 단기 계약 고용 형태가 많다. 타워크레인기사는 골조공사 때 주로 일하고 선원은 금어기 때 일하지 못하는 식이다. 이로 인해 선원은 다른 업종에 비해 실업급여 수급 횟수가 많다. 글쓴이 친구가 선원이라고 한다면, 다른 친구 2명의 9번 수령은 거짓말인 것이다.

더 큰 우려점은 글쓴이 친구의 ‘거짓말’을 우리 사회도 믿게끔 만드는 왜곡되거나 조롱에 가까운 말들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2023년엔 국민의힘 한 의원이 공개 토론회에서 실업급여를 조롱하는 ‘시럽급여’란 말을 꺼내 비판대에 올랐다. 지난달 한 민간연구기관은 실업급여를 올리자 비정규직이 24만 명 늘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분석을 접한 한 노동학자는 “비정규직을 늘릴 요인이 너무 많은데 실업급여 하나로 비정규직 증가를 설명한 분석은 처음 본다”며 황당해했다.

외국인이 실업급여를 과도하게 수령한다는 지적도 이번 정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골 지적이었다. 특히 외국인 중 조선족과 중국인을 겨냥한 분석이 넘쳤다. 하지만 수급 기준, 금액 등 실업급여 제도 전반에서 내·외국인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노동계는 이런 정보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고 우려한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외국인 노동자도 내국인처럼 고용보험료를 내고 혜택을 받는 상황인데, 이를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말했다.

실업급여 제도 개선은 방향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다. 실업급여 하한액 수준이 해외에 비해 높아 수급자의 구직 의욕을 떨어뜨리고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쪽이 있다. 이들은 반복수급을 강하게 막고 실업급여 혜택 축소를 해법으로 내놓는다.

반면 실업급여 본래 기능인 수급자의 생계 유지와 재취업을 위해 현 제도 혜택을 줄여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들은 혜택 규모와 혜택 대상을 넓히는 방향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실업급여는 사회안전망이고 수급자의 구직 의욕 제고는 다른 제도로 활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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