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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왜관읍 가실성당]
1895년 건립, 경북서 가장 오래된 성당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지정한 '성지' 명성
6·25 전쟁 때 야전병원으로 활용되기도
'한티 가는 길',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
칠곡군, 성당 앞 촬영지 안내판 설치 검토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결혼식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치렁치렁한 장식을 단 파란색 웨딩카가 결혼식이 열리는 한 성당 앞에 멈췄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양금명(아이유)은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활짝 웃었다. 파란 하늘 위로 날아 오르는 수많은 풍선과 형형색색의 꽃가루 아래서 금명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멀리서 금명의 모습을 지켜보던 옛 연인은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로 축하를 건넨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아름다운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곳은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의
'가실성당'
이다.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하면서 금명이 눈물의 결혼식을 올린 가실성당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3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 가실성당을 찾은 관광객들이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 삼매경에 빠져 있다. 칠곡=김재현 기자


3일 오후 찾은 가실성당에는 봄날의 정취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활짝 핀 벚꽃과 성당을 배경으로 연신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가톨릭 신자 김지훈(35)·이승은(24)씨 커플은 성지 순례를 하기 위해 성당을 찾았다고 했다. 김씨는 "바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며 "여자친구와 종종 가실성당에 오는데, 드라마에도 나왔다고 하니 새삼 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 가실성당. 칠곡군 제공


가실성당은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1895년 조선 교구 11번째 본당으로 설립됐다. 대구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계산성당 다음이다. 프랑스 출신 가밀로 파이아스(한국 이름 하경조) 초대 주임 신부가 다섯 칸 규모 기와집을 본당으로 사용한 게 시초다. 신자가 늘면서 1923년 당시 주임 신부였던 투르뇌(여동선) 신부가 지금의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명동성당과 계산성당 등 1896년부터 1925년까지 국내 대부분 교회를 구상한 빅토르 루이 푸아넬(박도행) 신부가 설계를 맡았다. 튼튼한 성당을 짓기 위해 망치로 일일이 벽돌을 두드려 본 뒤 가장 좋은 것만 골라 썼다고 한다. 가실성당은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경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3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 가실성당을 찾은 시민들이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봄날을 만끽하고 있다. 칠곡=김재현 기자


가실성당은 붉은 벽돌과 종탑이 특징인 신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건물 내부 중앙을 중심으로 좌우에 통로가 배치된 삼랑(三廊·3개 복도)식 구조다. 6·25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다부동, 낙동강 전투 당시 국군과 북한군 모두 야전병원으로 사용해 파괴되지 않고 살아 남았다. 1958년부터 낙산성당으로 불리다가 2005년 가실성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가실성당 일대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성지'
로 손꼽힌다. 성당이 자리한 가실마을에서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신자들이 인근 한티재를 넘나들며 신앙을 이어왔다고 한다. 신자들이 다니던 길은 현재
'한티 가는 길'
로 불리는데, 가실성당에서 신나무골 성지를 거쳐 팔공산 한티순교성지까지 45.6㎞의 길이 이어진다. 2016년 개통된 순례길은 △돌아보는 길 △비우는 길 △뉘우치는 길 △용서의 길 △사랑의 길 등 5개 구간으로 나뉘며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
로도 불린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 가실성당. 칠곡=김재현 기자


가실성당은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고즈넉한 분위기로 지역민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곳이다. 여름철 다섯 그루의 배롱나무 꽃과 능소화가 만개할 때면 가톨릭 신자는 물론 일반 시민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사진작가와 예비 부부들에게는 '사진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2004년 개봉한 권상우, 하지원 주연의 영화 '신부수업'의 주요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 폭싹 속았수다 속 결혼식 장면 중 성당 외부는 지난해 봄쯤 가실성당에서 촬영됐다.

칠곡군도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려 한다. 가실성당 앞에 '폭싹 속았수다 촬영지' 안내판을 설치하는 한편 성당을 배경으로 한 인증샷 이벤트도 계획 중이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드라마를 통해 가실성당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주목받게 됐다"며 "다음 달 열리는 가톨릭 문화축제 '홀리 페스티벌' 등 다양한 천주교 문화유산을 활용해 역사와 문화, 신앙이 어우러진 칠곡의 매력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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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상흔 안은 그 강, 숱한 詩를 품고 유유히 흐르네
(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0011013718542)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 가실성당. 칠곡군 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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