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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 여정이 4일 대통령직 파면으로 일단락됐다. 헌정사 최초로 임기 중 체포·구속된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두 번째로 파면된 대통령으로 기록되며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정치인 윤석열’의 3년9개월은 초고속 부상과 급속한 추락으로 요약된다.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고, 취임 2년7개월 만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탄핵소추됐다. 결국 임기를 2년1개월여 남긴 시점에 조기 퇴장당했다.

파면의 직접적 원인은 비상계엄이지만 임기 중 전조를 쌓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정 전반에서 정치적 반대자를 반국가세력으로 보는 적대적 정치관, 비판에 귀를 닫는 일방통행식 언론관을 드러냈다. 화두로 내건 ‘공정과 상식’은 자신과 배우자 문제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대통령 취임 1061일째인 이날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윤 전 대통령 취임사)를 이끌 자격을 상실했다.

윤 전 대통령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1979년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했다. 9수 끝에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3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임관 후 특수통 검사의 길을 걸었다.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며 ‘강골 검사’로 불렸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검찰 수뇌부의 압력을 폭로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장면이 회자된다.

이 일로 좌천됐다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특검 수사팀장을 맡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하고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면한 박 전 대통령을 찾아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정치 입문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기용 이후

조국 수사 갈등·검찰개혁에 반기

‘반문’ 강조하며 20대 대선 출사표

정치선언 8개월 만에 대통령 당선


일방통행 국정운영

‘바이든 날리면’ 이후 언론과 불통

출근길 문답 중단·신년회견 안 해

25차례 거부권·국회 개원식 불참

임기 중 체포·구속 ‘초유의 기록’

“의회와 소통·야당 협치” 공염불


배우자 김건희 리스크

대선 전부터 ‘허위 이력’ 논란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비선·명품백·공천개입 의혹 등

임기 내내 국정 지지율 ‘걸림돌’


문재인 정부 시기 ‘검찰 수장→징계·사퇴→보수 유력 주자’로 롤러코스터를 타며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윤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해 적폐청산 수사 지휘를 맡겼다. 2019년에는 검찰총장에 파격 기용되며 승승장구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동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등으로 정부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 일환으로 추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두고도 부딪쳤다. 임기 만료를 4개월 앞둔 2021년 3월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며 사퇴했다.

사퇴 직후부터 20대 대선에서 보수층의 ‘반문재인’ 정서를 대변할 대표 주자로 언급됐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말했다.

2021년 6월29일 정치참여를 선언하며 정치인으로 공식적인 첫발을 뗐다. ‘반문재인’을 강조하며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검찰총장 중도사퇴 117일 만이라 사정기관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달 뒤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전남 순천에 머물 때 기습 입당하는 방식을 택했다. ‘투스톤(윤석열+이준석)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내내 갈등했다.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문제가 이때부터 지적됐다.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문제 등도 매끄럽게 풀지 못해 정치적 리더십에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해 11월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했다. 당내 경선도, 이후 대선 본선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주 120시간 노동’ 발언, ‘전두환 찬양’ ‘개사과’ 논란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쌓았다. 경선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王) 자를 적어 나온 모습을 3차례 노출했다. 무속에 과도하게 기댄다는 의혹은 임기 내내 윤 전 대통령을 따라다녔다.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가장 큰 리스크였다. 김 여사는 대선을 석 달 앞둔 2021년 12월 허위 이력 논란에 대국민 사과를 하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비호감 대선’으로 불린, 2022년 3월9일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 ‘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된 건 1987년 직선제 개헌 후 처음이었다. 역대 최소인 0.73%포인트 차로 승리해, 국정운영 주안점을 협치에 둬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잘못을 솔직히 고백하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2022년 5월10일 헌법 준수 선서를 하며 취임했다. 최소 격차 당선, 여소야대 국회라는 어려운 조건 속에 국정운영 대리인으로 섰다. 청와대를 떠나 대통령실은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관저는 한남동 외교부 장관 관저로 옮겼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머무는 장소를 바꿔 제왕적 대통령을 벗어나겠다고 했다. 민정수석실은 폐지하고, 기자들과 출근길문답(도어스테핑)을 했다.

소통과 탈권위는 금세 빛바랜 구호가 됐다. 일방통행식 전달과 불통의 국정이 이어졌다. 출근길문답은 ‘바이든-날리면’ 논란의 여파 속에 6개월 만에 중단했다. 비판 언론의 전용기 탑승을 막았으며, 신년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민정수석실은 집권 2년 만에 부활시켰다. 취임 석 달 만에 20%대로 주저앉은 지지율은 임기 내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통합 대신 갈라치기와 분열을 조장하는 언어가 국정 전면에 등장할 때가 많았다. 노조는 “조폭”과 “카르텔”로, 비판 세력은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다. 야권을 겨냥한 ‘반국가세력 척결’ 주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담화로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 때는 ‘딱딱 책임론’(법적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만 ‘딱딱’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을 들어 정치적 책임을 회피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둘러싼 외압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특검법에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초유의 정치실종 기록이 쌓였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25차례 거부권을 썼다. 지난해 4월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에야 제1야당 대표와 마주 앉았다. 취임 2년 만이었다. 소수여당으로 출범한 22대 국회 들어서는 개원식과 예산안 시정연설에 모두 불참했다.

일방통행식 국정은 국회 견제를 덜 받는 외교안보 정책에서 도드라졌다.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 전략을 폐기했다. 2023년 한·일관계를 ‘선제적 양보’로 풀었고, 그해 여름 한·미 ‘워싱턴 선언’과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거쳐 3국 밀착을 완성했다.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운 결과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으로 돌아왔다. 남북관계는 단절됐다. 굵직한 개혁 의제도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반발을 사며 결실을 맺지 못했다. 지난해 2월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이해집단 간 갈등 조정에 실패하며 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 직을 떠나게 됐다.

김 여사 의혹은 임기 내내 국정 신뢰와 대통령 지지율을 해치는 요인으로 꼽혔다.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순방에선 대통령 전용기에 탄 민간인이 김 여사를 보좌해 ‘비선’ 논란이 불거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았고, 2023년 11월에는 김 여사가 명품가방을 선물받는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해 9월 폭로된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은 윤 전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통화 육성이 공개되면서 대통령 부부 불법 공천개입 의혹으로 확산했다.

본질을 떠난 ‘남 탓’ 해명, 사안을 축소하는 거짓 해명 등이 위기를 가중시켰다. 김 여사 특검법은 정치 공세로 치부해 직무 중 3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대담에선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김 여사가) 박절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 한 달 전 대국민 담화 겸 기자회견에선 “제 처를 악마화했다”며 명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처신’에 대한 두루뭉술한 사과를 내놨다. 이후로도 명씨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비상계엄 선포를 결단하는 ‘스모킹건’이 된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결국 지난해 12월3일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며 총기를 든 계엄군을 국회에 진입시켰다. 국회는 계엄령 발동 약 2시간30분 만에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그로부터 3시간30분이 지나서야 계엄령을 해제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가 된 그는 이후 야당 횡포를 알리려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가결 직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힌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불응, 극우 지지층 선동 행보를 이어갔다. 결국 구속됐지만 지난달 8일 석방되면서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헌재 선고를 듣게 됐다.

이날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 절차에 따른 단죄는 일부 이뤄졌다. 통합과 소통 대신 분열과 독선을 택한 대통령이 헌정 파괴자로 추락하기까지 채 4년이 걸리지 않았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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