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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의정갈등이 이어진 지 1년 2개월 만에 정부와의 공식 대화 테이블을 차리기로 했다. 의료계와 대립각을 세워오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계기로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전공의들이 복귀 조건으로 줄곧 고수해오던 '7대 요구안'도 수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의협의 변화로 의정갈등 사태의 출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이날 긴급상임이사회 등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결정했다. 의협은 조만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만나 의료 정책 등을 논의하는 대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정 간의 비공식 대화 채널 등이 가동되긴 했지만, 수뇌부끼리 의대 증원 문제를 비롯한 주요 현안을 공식 논의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의협은 지난해 하반기 가동하려던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를 거부한 바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한덕수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만나 의협이 자체적으로 정리한 정책(대안)도 적극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서울 시내 한 병원 앞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 한덕수 권한대행과 만나기로 "대안 적극 제안"
줄곧 '정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해온 의협은 최근 교육부의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동결 발표, 의대생들의 미등록 제적 위기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기조의 변화엔 이날 오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의정갈등을 일으킨 '책임자'가 사라진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의협은 탄핵 직후 낸 공식 입장문에서도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등을 합리적으로 재논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정부는 의료 정상화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고 밝혀 달라진 방향성을 시사했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와 그간 대화가 안 됐던 주된 이유가 정확한 결정권자가 없는 등의 불확실성인데,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한 권한대행이 중심을 잡으면 부처 내 혼선이 줄어들 거라고 본다. 그러면 의협도 이전보다 자체 메시지를 좀 더 명확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뉴스1


1년 넘은 전공의 복귀 조건 '7대 요구안'도 수정키로
의료계 내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끌고 온 전공의들도 이러한 대화 기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박단 의협 부회장이 주도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의협과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와 협의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전협이 의정갈등 내내 복귀 조건으로 내세웠던 7대 요구안도 수위를 낮추는 쪽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은 지난해 병원을 떠나면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2000명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 명령 폐지 등을 내세웠다.

지난달 기준으로 이 요구안 7개 중 5개는 의정갈등 전보다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거나 이미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대정부 투쟁의 핵심 조건으로 여겨지면서 의대생 수업 참여와 의정갈등 해소를 막는 '장벽'으로 계속 작용해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박단 부회장은 최근 내부 비판에 직면하면서 크게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캠퍼스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20년 같은 의정 합의 기대감도…강경파가 변수
의협은 지난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따른 갈등 국면에서도 9·4 의정 합의로 극적 타결을 이뤄낸 바 있다. 다만 의협이 이러한 공식 합의에 빠르게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일부 강경파들은 여전히 정부와의 대화에 상당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이 더는 대화를 거부하지 말고, 어젠다 주도권을 갖고 정부에 먼저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라면서 "대통령은 바뀌지만, 전문성 있는 공무원들은 그대로 있다. 의정갈등을 해소하는 데 따른 성과를 챙기기 위해서라도 남은 길은 이들과의 대화뿐"이라고 말했다. 의협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의협 내부에서도 (현 상태로는) 한계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국민 시각에서 봤을 때 (우리에게)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이날 상임이사회에선 13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20일엔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앞으로 투쟁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내용이 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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