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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4일 오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읽자 교실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서울 강서구의 한 중학교에서도, 경기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은 안도하며 박수를 쳤다. “이제라도 (탄핵이) 인용되어서 다행이고 새로운 역사가 또 쓰여진다는 것이 신기하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기도 광주 초월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탄핵심판 선고 결과를 본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학생들이 미리 수업 시간에 “탄핵 심판을 함께 보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박미라 광주 초월고 역사 교사는 “이날 11시에 1학년 어느 반에서 한국사 수업이 있었는데, 그 반 학생들이 전날 찾아와서 역사 시간에 역사적 순간을 같이 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고 전했다. 박 교사는 “그동안 학생들이 불안, 위기감 같은 감정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헌재 결정을 보고) 마음을 놓은 게 가장 큰 거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탄핵 심판을 본 뒤 “4개월 동안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될 지 정말 궁금했고,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고 어떤 마음인지 모를 감정들이 떠올랐다”거나 “탄핵 심판 과정이 너무 길어 답답해서 잠시 잊고 지낸 적도 있는데, 오늘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니 감격스럽기도 하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우리나라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고 밝혔다.

전교생이 각 교실에서 탄핵심판 과정을 지켜보고 계기 수업을 진행한 서울의 한 중학교는 문 권한대행이 주문을 읽자마자 온 학교가 울릴 정도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학교 노은래 역사 교사는 “주문을 읽을 때 학생들이 박수를 치고, 마치 시위현장과 흡사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노 교사는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사회 현안을 많이 접하다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관심이 많다”며 “수업에 들어가니 학생들이 기대하는 눈빛이 많았다”고 말했다.

노은래 교사의 대통령 탄핵 선고 관련 수업 자료. 노은래 제공

학생 입장에선 다소 딱딱하고 어려울 법한 선고 요지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박 교사는 “(고등학생이 보기엔) 근거를 생각보다 길지 않게 명확하게 얘길 해서 내용이나 단어가 잘 들리는 아이들은 엄청 집중력 있게 들었다”고 말하면서도 “어떤 학생들은 계속 ‘선생님 파면 되는 거예요?’라고 질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의 2학년 담임인 안수영 교사는 “아이들이 전부 다 이해하진 못해도 말이 어려울 뿐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감각적으로 다 아는 듯 했다”고 전했다. 이 반의 한 학생은 파면 결정이 나오자 “선생님, 축하할 일인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부터 이날 탄핵심판 선고까지의 과정은 ‘산 교육’의 시간이었다. 안 교사는 학생들에게 “탄핵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몇몇이 대통령이 잘못해서 그만 둔 것이라고 답변을 해서, 탄핵이 무엇인지 설명해줬다. 학생들에게 그럼 대통령이 무얼 잘못했냐고 물으니, 군인을 움직여서라고 답했다”고 이날 교실 반응을 전했다. 그는 “군인이 어디로 갔느냐는 질문에 소수의 학생이 국회라고 답해서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학생들에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전희 교사는 서양 고대사 아테네 민주 정치에 대한 수업을 할 때, 현재 정치적 상황이 살아 있는 사례가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 교사는 “수업 때 ‘내란’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지난해만 해도 학생들이 그런 단어를 흘려 들었지만, 이제는 뉴스 보도 등에서도 자주 들어서 귀를 더 잘 귀울이는 모습이었다”며 “로마제국의 패망 원인이 군대를 ‘사병화’한 것이라고 적힌 수업자료를 보고 ‘군대가 누구의 군대여야 하냐’고 물으면 학생들이 ‘당연히 국민’이라고 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2·3 계엄 사태부터 탄핵심판까지 지난하게 이어져 온 시간은 학생들로 하여금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 시간이기도 했다. ‘민주주의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 전 교사는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정의를 물으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 ‘우리 모두의 행복의 말하는 것’이라고 답했는데 평소 장난끼가 많은 학생들도 굉장히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조은정 인천 효성중 도덕 교사는 “법치주의와 헌법재판소에 대한 개념은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데, 당연한 상식이 무너져 가는 모습에 개인적으로 답답했으나 이런 순간 또한 하나의 교육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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