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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현실화된 관세 피해
“멕시코에 관세 부과 상상도 못 해”…오갈 데 없어진 한국 기업 폐업 검토
‘관세 대응 119’ 피해 접수 보니…돌연 계약 끊기거나 연기 등 피해 현실화
지난 3월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고속도로 전광판에 캐나다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관세는 장바구니 영수증에 따라붙는 세금과 같다”는 광고문구를 내걸었다. 연합뉴스


[주간경향] “마킬라도라(Maquiladora) 산업마저 휘청될 줄 몰랐다.”

최근 멕시코에선 이런 한탄이 쏟아진다고 한다. 마킬라도라는 멕시코가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 섬유·의류 중간재나 최종생산물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미-멕시코’ 간 연결 산업을 의미한다. 마킬라도라로 미국과 멕시코는 ‘이와 잇몸’에 비유될 만큼 긴밀한 교역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교역 관계가 후퇴할 위험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 등 인접국에까지 관세 부과 카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피해는 멕시코로 수년 전 생산기지를 옮긴 국내 기업들에까지 뻗쳤다.

국내에서는 철강, 알루미늄 제품 등을 생산하던 수출 중소기업이 날벼락을 맞았다. 이미 국내 일선 업체에선 매년 이뤄졌던 계약이 갑자기 끊기거나 연기되고, 수입사 대신 수천만원 관세를 물어주는 일이 발생했다. 생산기반을 마음대로 옮기기도 어려운 국내외 대미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는 이제 시작이란 지적이 나온다.

‘니어쇼어링’ 했는데···멕시코까지 관세

A사는 멕시코에 자동차부품 공장을 둔 고용인 200여명 규모 중소기업이다. 미국 GM, 포드 등의 자동차회사에 들어가는 부품을 팔기 위해 이 회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후 멕시코에 공장을 새로 지었다. 이른바 ‘니어쇼어링’ 일환이었다. 니어쇼어링은 미국 인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는 미국이 중국 견제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자 니어쇼어링이 주목을 받으며 멕시코가 크게 부상했다.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도 관세정책을 강력히 추진했으나 여러 면제조항과 예외품목이 포함돼 수출기업의 직접적 타격은 적었다. 또 대부분의 관세 공격이 중국에 집중됐고,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체결된 멕시코나 캐나다는 관세 영향권 밖에 있었다.

이때 멕시코로 날아간 건 A사뿐만이 아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집계를 보면 1999년부터 2023년까지 멕시코에 투자한 이력이 있는 한국 기업은 2000여개사에 달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대멕시코 투자 진출 규모는 2019년 5억1200만달러에서 2023년 7억4400만달러로 치솟았다.

대미 수출에 우호적이던 분위기는 최근 급격히 냉각됐다. 4월 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국가에 대해 기본관세 10%와 함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이 기본관세 대상에서는 빠졌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별도로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유예했다. 자동차, 알루미늄, 철강에 대해선 이미 25% 관세 부과가 결정돼 캐나다와 멕시코 산업을 크게 흔들었다.

A사 대표는 “멕시코로 공장을 옮겼던 때만 해도 USMCA 체제를 만든 트럼프가 이를 부정하고 완전 보호무역으로 회귀해 멕시코에까지 관세를 부과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인 A사로선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건 현실성 있는 대안이 아니다. 그는 “지가도 높고 건축비나 인건비가 비싼 데다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다”라며 “멕시코 현지 고용인원을 줄이는 것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최후의 카드로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갈 데 없어진 멕시코 내 한국기업 중에는 폐업을 검토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한다. 멕시코 내에서 한국기업 상대 법률자문을 하는 엄기웅 변호사는 “이윤이 통상 5~10%밖에 안 나오고 경쟁이 심한 가전 쪽 사출 공정 업체들이 관세 가능성에 특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청산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알루미늄사 “수년간 이어온 거래처 잃을 판”

국내 수출 중소기업 가운데서는 피해가 현실화한 곳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상호관세 25%를 부과한다고 4월 2일 밝히면서 피해업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매년 이뤄졌던 계약이 갑자기 끊기거나 연기되고, 단 2건의 계약에서 수천만원을 수입사 대신 물어주는 일도 발생했다. 주간경향이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코트라의 관세 대응 119 관세 피해 접수 내역을 보면, 지난 2월 18일부터 3월 21일까지 한 달여 동안 총 67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구매 보류, 수주 감소 등 직접적 피해부터 가격경쟁력 저하 등에 관한 우려 사례가 포함됐다. 중기부는 관세 피해 시 정책자금 우선지원, 수출바우처 우선지원(예정)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접수 내용을 보면 관세 25%가 확정된 철강 소재 기업은 벌써 수주 감소 피해를 받고 있다. 전남의 B사는 태양광발전 장치를 만드는 회사다. 발전 장치의 구조물과 핵심품은 철강 자재로 구성돼 있어, 현재 미국으로 납품 계약된 2건에 대해 약 8000만원 관세 부담을 지게 됐다. 이는 관세를 부과받은 수입처가 그만큼의 피해를 수출업자에게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전가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관세가 오르면 미국 수입업자들은 그만큼 오르는 수입가격을 상쇄하기 위해 미국 내에서 대체자를 찾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우수배관용 토목 자재 파형강관을 만드는 전남의 C사는 추진되던 수출이 무산된 케이스다. 지난해 6월부터 미국 철강회사와 협의해 올해 파형강관 200t, 약 40만달러 규모를 수출하기로 했다. 기존에 중국산 철강을 수입 판매했던 미국 업체가 미·중 무역 분쟁이 거세지자 한국산 제품으로 수입처를 바꾸려고 하면서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부과하면서 한국산 제품 수입 결정도 보류됐다. 캐나다로 산업용 펌프 부품을 보내던 D사도 매년 70만달러로 이뤄지던 계약이 끊겼다.

국내 알루미늄 압출회사인 E사 역시 같은 우려를 안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어진 압출재의 80%를 미국에 수출하던 이 회사에 미국 업체는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바이어다. 최근 이 회사는 알루미늄에 25% 관세가 붙으면서 수년간 이어온 거래 관계가 끊길 위험에 몰렸다. E사 관계자는 “관세가 25% 오른 만큼 수입하는 업체가 흡수해서 팔아야 하는데, 수입업체들이 25%를 안 내기 위해 미국산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알루미늄 쓸 것을 다른 재료로 완전히 대체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비철금속협회 본부장은 “알루미늄과 철은 자동차 산업 부품으로 제조를 많이 하는데, 이번에 새로 추가된 관세 개념은 알루미늄이 1%라도 들어갔으면 함량에 해당하는 만큼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제품을 중소기업이 많이 생산하다 보니 한동안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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