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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3곳 어린이보호구역은
‘시속 30㎞’ 제한 24시간 내내 적용 않아

서울시내 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모습. /뉴스1

A씨는 지난 1월 어느 날 새벽 4시40분쯤 경기 안양시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과속 단속 카메라에 찍혔다. 이곳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제한 속도인 시속 30㎞를 18㎞ 넘겼기 때문이다. 다만 도심부 일반 도로 제한 속도인 시속 50㎞보다는 2㎞ 느리게 운전 중이었다. A씨는 “해도 뜨기 전인 깊은 밤에 어느 어린이가 집에서 나와 돌아다니겠느냐”며 규제가 지나치다고 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에는 최근 이 같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제한 속도에 예외를 두지 않는 현행 도로교통법이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되어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위헌법률심판제청(提請) 신청서가 접수됐다.

어린이보호구역, 전국 1만7000곳… 대부분 24시간 제한속도 시속 30㎞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나 학원 등의 주 출입문 경계에서 300m 이내(필요한 경우 500m까지도 가능) 도로에 차량 통행 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는 제도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2011년 1월부터 통행 속도 시속 30㎞ 제한 규제가 도입됐다. 2023년 말 기준 어린이보호구역은 전국 1만6940곳이다.

시속 30㎞ 제한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주행 중인 자동차와 사람이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차량 속도가 시속 30㎞라면 보행자 중 90%가 생존할 수 있다. 30㎞가 넘으면 사망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고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4시간 내내 제한 속도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오후 8시 이후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는 제한 속도 위반으로 적발되더라도 벌점·범칙금·과태료가 2~3배 가중 적용되지 않는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민식이법’ 이후 단속 카메라 늘어 야간에 제한속도 위반 적발 늘어
다만 규제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등교하기 전이나 하교한 뒤인 늦은 밤에는 차량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이가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다. 2020년 3월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된 이후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무인 과속 단속 카메라가 크게 늘어나면서 제한속도를 위반해 적발되는 사례가 늘었고, 운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급증했다고 한다.

21대 국회 때인 2023년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어린이 또는 보행자의 통행량과 사고 위험성을 고려해 자동차 통행 속도를 다르게 제한하자”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2대 국회에 들어와서도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작년에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21년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523건 중 심야 어린이 교통사고 ‘0건’
실제로 심야 시간대에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다. 법제처 분석 결과 2021년에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52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나,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어린이가 당한 교통사고는 1건도 없었다.

경찰도 이런 의견을 반영해 일부 지역에서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를 시간대에 따라 완화하는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광운초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2022년 10월부터 오후 11시~다음 날 오전 7시 제한 속도가 시속 50㎞로 상향됐다. 이후 3개월 간 이 지역에서 보행자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야간 시간대 차량 통행속도도 높아졌다.

경찰청은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2023년 8월 ‘어린이보호구역 시간제 속도제한’을 본격 시행했다. 이후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올해 1월 서귀포시 신산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제한 속도를 오후 9시~다음 날 오전 7시에 시속 50㎞로 상향했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올해 상반기 중 야간 시간대 제한속도를 상향할 계획이다. 다만 작년 말까지 야간에 제한속도가 완화된 어린이보호구역은 전국에 43곳 뿐이다.

싱가포르 어린이보호구역, 등하교 등 하루 세 차례만 적용
해외 주요국은 어린이보호구역 제한 속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는 학교 등하교 시각 전후 30분 동안만 제한속도를 낮추는 방식을 적용한다. 어린이보호구역 운영을 주법에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미국 36개 주 중 상당수는 교통안전 증진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한 경우에만 제한속도를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싱가포르에서는 학기 중 오전 6시30분~7시45분, 낮 12시~오후 2시30분, 오후 6시~7시 사이에만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가 시속 40㎞로 낮아진다. 그 밖의 시간대에 차량은 시속 50㎞로 달릴 수 있다.

다만 경찰청은 ‘어린이보호구역 시간제 속도제한’이 적용되는 곳을 확대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측은 우재준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현행법상의 어린이 보호에 관한 규정들은 어린이 교통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국회 논의를 거쳐 마련된 결과물”이라며 “규제 완화로 자칫 유사한 사고가 반복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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