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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 글·사진 김정흠 여행작가

2023년부터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지역 내 노포를 발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경기노포’ 사업이다. 20년 이상의 업력을 갖춘, 오래된 가게가 대상이다. 신청만 한다고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지역과 함께하며, 뚜렷한 운영 철학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노포들이 경기노포에 선정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은 식당이다. 겨울에 떠나가 버린 입맛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이들을 위해, 봄과 어울리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경기노포를 엄선해 소개한다.

갓 수확한 채소로 봄 한 그릇
양평 신내보리밥


양평 신내보리밥


큼지막한 그릇에 보리밥과 갓 버무린 나물을 얹고, 시장에서 짠 참기름을 두른 뒤에 직접 담근 된장과 고추장을 기호껏 올려서 쓱쓱 비벼 먹기에 좋은 계절이다. 한 숟갈 크게 떠서 입에 넣고 씹을 때 오감을 자극하는, 그 계절의 풍미를 이길 만한 음식이 얼마나 될까.



봄을 맞이하려거든 응당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식당이 양평의 ‘신내보리밥’이다. 식탁 위에 올리는 모든 음식에 정성을 다한다는 일념 아래, 모든 식재료를 최대한 자급하는 식당이다. 주요 메뉴는 보리밥으로, 직접 재배한 제철 채소, 나물과 함께 내어준다. 한데 모아서 비벼 먹으라는 의미다. 1대 주인장이 손수 담근 된장으로 찌개를 끓여주는데, 비빔밥과 정말이지 잘 어울린다.

집밥 같은 느낌이라 그럴까. 매일 이곳에 들러 식사하는 이들이 꽤 있을 정도란다. 든든한 한 끼를 원한다면 오리불고기를 주문해 보자.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오리고기를 철판에 구워 먹은 뒤, 남은 기름에 보리밥을 볶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갈한 한옥에서 일본의 맛
양평 사각하늘


요리와 다도를 오랫동안 공부한 한국인 아내, 건축가인 일본인 남편이 만나 양평의 한 산골짜기에 한옥을 지었다. 아내는 이곳에서 스키야키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운영하며, 다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듯한 이곳은 ‘사각하늘’이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밥그릇을 말끔하게 비우는 순간까지 그야말로 ‘의외’의 연속이다. 우선 건축물이 그렇다. 외관은 전통 한옥이지만, 내부는 일본풍의 미감이 섞여 한층 독특해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한옥을 공부했던 일본인 건축가이지만, 집만큼은 취향껏 지어보자는 부부의 의기투합이 이 독특한 형태를 완성했다.



스키야키를 주메뉴로 내세우는 것도 흥미롭다. 이 공간과 잘 어울리는 요리를 선택한 것이다. 한국의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정갈하게 낼 수 있다는 점이 스키야키의 매력이라고 본 것이다. 국물에 들어가는 여러 채소, 곁들이기 좋은 반찬 등은 계절에 걸맞은 식재료를 활용해 직접 만든다.

식사 후에는 사각 형태의 중정(사각하늘이라는 식당 이름이 이 중정에서 왔다)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다 보면 왠지 모르게 싱숭생숭해지는 봄날의 공기를 차분하게 다독일 수 있다.

단, 사각하늘은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먼 곳까지 찾아오는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이곳에서 보낼 시간을 고려하면, 수고로움이야 감내할 만하다.

등산 후, 한우 갈비에 막걸리
포천 이동부산갈비


고기를 다루는 식당 이름 앞에 지역명이 붙는 경우가 많다. 횡성 한우, 수원 왕갈비, 담양 떡갈비, 제주 흑돼지 등등이 그렇다. 포천시 이동면은 갈비로 유명하다. 이동면 장암리 영평천을 따라 소갈비 전문점이 모여 있는 곳을 ‘포천이동갈비촌’이라 부른다.



이 일대에 갈빗집이 처음 생겼던 것은 1960년대의 일이지만,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1980년대에 들어서다. 남대문 시장 상인들이 모여 있는 산악회가 국망봉에 왔다가 이곳에서 갈비를 먹은 뒤, 서서히 소문이 났다는 것이 중론. 국망봉, 명성산, 백운산 등 인근의 산을 찾아오는 등산객들이 하산 후 즐겨 찾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우 가격이 치솟은 뒤로는 예전처럼 문전성시를 이루지는 않게 되었다. 그렇게 포천이동갈비촌의 식당들은 외국산 소고기를 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동부산갈비는 1983년에 이곳에 자리를 잡은 후 지금까지도 한우만을 고집한다. 2024년에 경기노포로 선정됐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20여개 점포 중에서 한우만 취급하는 갈빗집은 이곳이 유일하다.

한우를 사용하지만, 개업 초기부터 거래한 정육점 덕에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다. 통째로 들여온 고기를 직접 손질하고, 기름을 제거하고, 알맞은 크기로 자르는 작업까지 식당에서 한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에 대해 남상윤 대표는 ‘자부심’이라고 답했다.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다. 등산 후에는 포천이동갈비와 막걸리 한 잔, 어떠한가.

제 철이라 더 맛있는 ‘밥도둑’
이천 마산아구이천쌀밥




“너라면 돈 내고 뭐 먹을래?”

‘마산아구이천쌀밥’의 1대 주인장 김영기씨가 그의 딸이자 2대 사장인 김효진 대표에게 늘 하는 말이다. 돈 내고 먹는 음식은 맛과 품질이 뛰어나야 한다는 아버지의 철학이 20년 넘게 식탁을 꽉 채우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진심이 2024년 경기노포, 12년 연속 블루리본 선정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갈아서 쓰는 채소라 하더라도 흠집 없는 것만 골라 쓴다. 제철이 아닌 나물류는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 반찬으로 두부구이를 하나 올리기 위해 두부 만드는 기계를 들이고, 매일 콩을 공수한다. 주메뉴인 간장게장을 완성하기 위해 간장 레시피만 100여 개를 만들기까지 했단다. 쌀로 유명한 이천에 자리한 식당답게, 이천 쌀밥을 중심으로 한 상 차림을 내어준다.



밥도둑 간장게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반찬이 올라오는데, 하나같이 정갈하게 만든 것들이다. 제철을 맞아 알을 밴 암꽃게로 담근 게장은 이 식당이 내어주는 반찬 사이에서 단연 최고로 손꼽힌다. 이천 쌀밥보다 간장게장을 먹으러 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제철 암꽃게로 만든 간장게장과 찰기 어린 쌀밥 한 그릇을 먹고 싶거든 이곳이 안성맞춤이다.

채수로 맛낸 부대찌개 보글보글
동두천 실비집


부대찌개에도 제철이 있느냐고 묻겠지만, 예전에는 나름대로 그렇게 부를 만한 시기가 있긴 했다. 늦겨울부터 봄까지. 그러니까 초겨울에 담근 김장김치가 잘 익은 시기다. 지금에야 김치의 저장성이 좋아지기는 했어도, 옛날에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과거 미군 부대가 주둔했던 지역이라면 어디든 부대찌개가 발달했다. 의정부, 평택, 파주, 군산, 그리고 동두천 등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마다 재료와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파주와 동두천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의정부와 비슷하고, 평택은 앞의 두 지역과는 사뭇 다른 재료와 조리법을 내세운다. 육수를 만드는 법, 치즈나 소고기 다짐육이 들어가는지 등이 지역별 차이를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포인트. 2024년에 ‘경기노포’로 선정된 실비집은 경기 북부의 부대찌개 조리법을 정립한 식당 중 하나다. 1969년부터 지금까지.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전부터 한자리에서 지금까지 군인들에게 음식을 팔아온 식당이다. 50여년 전에 이곳에서 음식을 먹었던 군인 청년은 아버지가 되어 아들과 함께, 수십 년이 지나 손주와 함께 이곳을 찾는단다.

부대찌개와 부대볶음을 주력 메뉴로 내세운다. 부대볶음은 부대찌개의 원형으로 여겨지는데, 여기에 국물과 양념장을 넣고 끓이면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요리가 되는 것이다. 실비집의 특징은 채수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제철 채소를 가득 넣고 팔팔 끓여내는 채수, 찌개에 잘 어울리는 비법 양념장을 합쳐 부대찌개를 완성한다.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또 하나의 핵심 재료는 햄이다. 대를 이어 식당을 꾸려가고 있는 신용권 대표는 어떤 햄이 부대찌개에 잘 어울리는지를 수시로 체크한단다. 시중에 나오는 여러 햄을 구매해 삶아서 또는 구워서 먹어본다. 볶음과 찌개에 들어갔을 때 염도와 식감이 얼마나 적절한지도 중요하다고. 정성이 가득 들어간 부대찌개를 맛보고 싶다면 동두천으로 향하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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