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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나인즈가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쇠똥구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쇠똥구리는 사람 엄지 손가락만한 크기이며, 이 사진은 쇠똥구리를 확대한 뒤 합성했다. 사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산불이 곧 영양으로 넘어올 것 같은데 말이 갈 곳이 없어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받아 주실 수 있는지요?”(멸종위기종복원센터 관계자)

“대피해야 한다니 부산으로 이송하겠습니다. 수송차부터 수소문해봐야겠네요. 부산 와서 지낼 수 있는 마사(馬舍)도 정비해놓도록 하겠습니다.”(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관계자)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경북 영양군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이하 복원센터) 인근까지 번지던 지난달 25일 오후 나눈 대화다. 복원센터 내 유일한 말(馬)인 ‘포나인즈’를 보낼 곳이 마땅치 않자 복원센터가 포나인즈의 고향이자 경주마로 활약했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도움을 요청했다. 복원센터에 있던 조류는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 본원으로, 어류와 양서류는 경북 울진에 있는 민물고기연구센터로 이송됐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관계자는 5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470㎏이 넘는 대형 말을 옮기려면 특수 수송차가 필요한데 갑자기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수소문 끝에 지난달 26일 새벽 수송차를 섭외했고, 이날 정오 복원센터에서 이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시각 무렵 경북 영양군은 주민들에게 산불 대피명령을 내렸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수의사가 포나인즈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산불 연기에 놀란 포나인즈 찰과상 입어…2주 뒤 복원센터로 복귀

수송차로 이송할 때 도로에는 연기가 가득 차고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고 한다. 평상시와 다른 환경에 놀란 포나인즈는 수송차 안에서 심하게 움직였고, 몸 여기저기에 찰과성을 입었다고 한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관계자는 “이날 오후 5시쯤 부산에 도착했는데 포나인즈가 굉장히 불안해했다”며 “포나인즈가 부산에 있을 때 돌봐줬던 담당자가 와서 놀란 포나인즈를 다독여줬다”고 말했다.

2014년생인 포나인즈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렛츠런파크 부산에서 경주마로 활약했다. 그러다 훈련 중 심각한 상처를 입었고, 수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더는 경기 출전은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포나인즈가 은퇴 후 지낼 새 보금자리를 찾던 무렵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수의사가 복원센터를 보금자리로 제안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관계자는 “수의사가 복원센터 내 소똥구리 먹이를 구하는 데 애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수의사의 제안을 포나인즈 마주가 흔쾌히 받아들여 복원센터에 기증했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인 소똥구리는 말똥구리라고 불릴 만큼, 말똥도 소똥만큼 잘 먹는다. 국내에서 사육되는 소똥에는 항생제와 구충제가 들어있어 소똥구리들이 먹지 않는다. 복원센터 연구원들은 소똥구리의 먹이를 찾아 제주도까지 내려가 방목하는 말똥을 찾아 헤맸다. 포나인즈가 복원센터로 간 이후 소똥구리 수십여 마리를 먹여 살려 ‘소똥구리 영양사’라는 별명이 생겼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승마랜드에서 안정을 찾고 있는 포나인즈는 2주 뒤쯤 복원센터로 돌아갈 예정이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관계자는 “복원센터로 복귀할 때 포나인즈가 놀라지 않도록 수의사가 동행할 예정”이라며 “2주 뒤면 돌아갈 채비를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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