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원로, 치유·회복 메시지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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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고 파면을 선고했다. 한국교회의 원로목사들과 지도자들은 이날 “헌법재판관 8명이 상식과 법치에 따라 내린 판단에 모든 국민이 합의해야 하며 헌법적 질서를 존중하고 그 결과에 성숙하게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또한 이 시기 신앙인들이 붙들어야 할 성경 말씀을 추천하며 “감정과 정치적 입장을 내려놓고 무너진 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며 용서와 화해,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탄핵정국 속에 갈라진 한국교회가 이제는 극한 갈등을 멈추고, 하나님 앞에 겸손히 엎드려 하나 된 마음으로 기도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권면했다.
“교회의 거룩한 영향력 찾아야” 권면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탄핵 정국이 몰고 온 후유증이 심각하다”면서 “어느 나라에나 권력 투쟁과 대립은 있지만 국민이 두 쪽으로 갈라지고 심지어 가족까지 분열되는 나라는 없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런 때에 기독교인이 할 일은 역사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뜻 앞에 순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뜻과 공의를 따라야 하고 국가와 역사도 하나님께서 다스리신다”며 “하나님의 연자맷돌은 천천히 돌지만 결국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로마서 12장 2절 말씀처럼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순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극단적 갈등의 시기에 한국교회와 성도가 화해와 연대를 위해 앞장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는 “거룩함을 잣대로 사람을 나누면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예수님은 자비와 사랑으로 모두를 품고 사회적 장벽을 허무셨다”고 말했다.
그래픽=강소연
김 목사는 특히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법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폐하셨으니 이는 이 둘로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엡 2:14~15) 말씀을 인용하면서 “기독교의 본질은 연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하나님과의 관계뿐 아니라 서로를 사랑으로 잇는 공동체적 연대에서 드러나야 한다. 믿는 우리는 담을 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허물고 서로 연결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권면했다.
김상복 할렐루야교회 원로목사는 고린도후서 5장 18절 말씀을 통해 “한국교회가 화해의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 결과와 관련해 “모든 국민이 판결을 받아들이고 이러한 불행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과 하나님 사이 그리고 분열된 국민 간의 화해를 위해 힘써 기도하고 새롭게 헌신해야 할 때”라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조봉희 서울지구촌교회 원로목사는 “모든 권력 기구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것이며 믿는 자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며 “세속 권력이 성경의 원칙에 어긋나면 저항할 수 있지만 사법부 역시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롬 13:1)는 말씀대로 “신앙인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믿는 이들로서, 정치가 잘못하는 게 있더라도 결국 하나님께서 공의롭게 심판하실 것을 신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교회가 사회 통합을 위해 역할함으로써 존재 이유를 회복하고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더 이상의 대립은 분열과 파멸을 초래할 뿐”이라며 기독교인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국민 대통합을 위한 화해와 용서의 길로 나아가자”며 “하나 됨을 이루는 일에 기독교가 앞장서야 한다. 기독교인이 먼저 성경의 가르침대로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며 하나 되는 삶을 실천해 나가자”고 권면했다.
오정호 대전새로남교회 목사는 지금은 교회가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깊이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마태복음 6장 33절 말씀을 통해 “교회는 내부적으로 자정 능력을 회복하고 외부적으로는 시대와 민족을 이끄는 사명을 강화해야 한다”며 “거룩한 영향력이 세상을 압도할 만큼 깊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학대 이사장인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는 한국교회와 기독교인이 분열된 우리 사회에 ‘상생의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성경에도 다윗과 나발처럼 극한 대립 상황에서 제3자의 중재로 평화를 이룬 사례가 있다”며 “자존심으로 유혈 사태가 날 뻔한 상황에서 나발의 아내 아비가일이 지혜롭게 중재해 양쪽 모두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도 아비가일처럼 나도 살고 상대도 사는 상생의 길을 찾는 데 기독교인이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인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는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후 신앙인들에게 ‘세상에 선한 사회적 영향력을 끼칠 것’과 ‘성경대로 믿고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지 목사는 “성경은 유일하고 완결된 구원의 계시로 이를 이념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면서 “말씀이 삶이 되는 것이 신앙의 본질이며 보수와 진보, 세대와 계층을 넘어 공의와 사랑, 섬김과 평화를 실천하자”고 권면했다.
강영안 한동대 석좌교수는 “헌법재판관 8명이 모두 지혜롭고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상식과 법치에 입각한 판단”이라고 평가하면서 “지성은 감수성과 연결된다. 교회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올바른 감수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예수를 믿는 것과 따르는 삶이 무엇인지 한국교회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계 단체 “헌재 결정 겸허히 수용”
교계 연합기관들은 이날 일제히 입장문을 내고 국민적 승복과 신앙인의 성숙한 자세를 당부했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깊은 통찰과 절제된 언어와 행동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종생 목사)도 “정치권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정부는 국정 수습을, 국민은 민주주의 미래를 위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성경 말씀처럼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파수꾼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주요 교단들도 정치적 입장과 진영 논리를 넘어 사회 통합과 회복의 길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김영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은 “헌재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화합으로 나아가길 호소한다”며 “성도와 국민은 폭력과 혼란에 현혹되지 않고 정치권도 국민을 선동하지 말고 애국하는 마음으로 나라를 이끌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혁 예장합동 총회장은 “이번 판결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닌 사회 전체에 던지는 경고이자 성찰의 기회”라면서 한국교회의 자성을 촉구했다. 김 총회장은 “시대의 위기 앞에 민족과 아픔을 함께하지 못한 책임을 고백하고 분열보다 화해와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박상규 목사)는 “헌재의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킨 지극히 당연한 용단”이라며 “민주주의 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대한성공회 주교원(박동신 의장주교) 역시 “사회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이정표로 받아들인다”며 “교회 공동체는 성찰과 섬김을 통해 이웃과 함께 치유의 여정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상임대표 김철영 목사)는 “국민이 헌재 결정을 승복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낼 지도자를 선택해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정병오 조성돈 조주희)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교회는 하나님과 사회 앞에서 자성의 회개를 해야 하며 기독 시민들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민 갈등 해소를 위해 적극 헌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래목회포럼(대표 황덕영 목사)은 “여야는 국가적 위기 앞에 협력하고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선교 14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는 국민의 아픔을 품고 통합과 신뢰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