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용어사전 > 세계한잔 ※[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지난해 9월 5일 상하이의 고층빌딩 모습. EPA=연합뉴스
"아파트를 현금으로 구매하시면 약 1000달러(약 147만원) 상당의 금괴를 드립니다!" "옌타이에 있는 휴가용 별장도 얹어드려요!"


이는 부동산 불경기가 4년 이상 이어진 중국에서 부동산 업체들이 내놓은 갖가지 미끼 상품이다. 지난해 중국 저장성의 한 중개업체와 베이징에 본사가 있는 또 다른 부동산 업체는 아파트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각각 금괴와 별장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휴대전화나 제트기 회사 지분을 주는 곳도 있다. 허난성에서는 마늘·밀 등 농작물을 부동산 계약금으로 내도 받아준다. 실제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센트럴 차이나 그룹'은 아파트 30채 매각 계약금으로 마늘 430t을 받았다.

광둥성 후이저우에선 여성 중개업자 15명이 소개팅 앱을 통해 남성 31명에게 접근한 뒤 결혼을 조건으로 아파트 구매를 유도해 사회 문제가 됐다.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서는 중개업자들이 팔리지 않는 집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춤·노래·개그를 선보이며 아파트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례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지난 2021년 11월 5일 중국 베이징 아파트 단지 건설 현장 근처를 사람들이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업체들이 각종 유인책으로 부동산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 19 때부터 시작된 장기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해서다. 중국 대도시의 부동산 중개업소 중 10%는 폐업했다. 중국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이코노미스트에 "3년 만에 수입이 반 토막 났다"고 하소연했다.

"상량식에 요란한 축하 왜?"…"대출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선 최근 요란한 상량식이 열리고 있다고 외교잡지 더디플로맷이 보도했다. 중국 란저우의 한 아파트 단지는 '봉정대길(封頂大吉)'라고 쓴 거대한 붉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중국의 상량식. 상량식은 요즘 건물의 뼈대가 갖춰진 것을 축하하는 행사로, '봉정대길'(封顶大吉)이라고 적힌 빨간 현수막을 건물에 내거는 것이 관례다. 사진 더우인 캡처

왜 이런 일을 할까. 보통 중국 금융기관들이 상량식을 부동산 대출을 검토할 때 지표로 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부 개발업체들이 아직 다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파는 경우가 있단 것이다. 즉, 상량식을 했더라도 부실 아파트가 있을 수 있는데, 이때 구매자가 법적 대응을 하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루팅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더 디플로맷에 "사전 판매된 미완성 아파트가 중국에서 2000만채에 달한다"고 전했다.

외국계 큰 손들은 발을 빼고 있다. 시장 분석업체 MSCI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외국 자본의 신규 부동산 매입 규모는 59억 달러(약 8조 6000억원)였던 반면, 매각 금액은 69억 달러(약 10조원)였다. 지난달 29일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은 상하이 내 27층 오피스 건물인 트리니티 플레이스를 매입가의 34%에 불과한 약 9억 위안(약 1820억원)을 받고 울며 겨자 먹기로 매각했다.

中4대 국유은행에 공적자금 105조원 수혈 수년째 이어지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자칫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4대 국유은행에 5200억 위안(약 105조4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자본확충에 나섰다고 지난달 31일 중국중앙TV(CCTV)가 보도했다.

당국이 부동산 구조조정을 계속해 나가면서 위기가 금융 시스템으로 옮겨붙지 않게 '방화벽'을 설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약발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중국 부동산 개발사의 부채 규모가 130조 위안(약 2경 6300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새 발의 피'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코노미스트에 "내년까지 중국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937 中, 1711억 보잉기 인수 연기…식당선 "미국인 봉사료 104%" 랭크뉴스 2025.04.13
47936 "아빠, 나 한국 돌아가야 된대"…美, 유학생 300명 비자 취소 '날벼락' 랭크뉴스 2025.04.13
47935 [단독] "선배 의사들 왜 안 싸우나"…의협서 터진 세대 갈등 랭크뉴스 2025.04.13
47934 “집으로 매일 점심 배달해라”…이사장·교장이 만든 '갑질 왕국' 랭크뉴스 2025.04.13
47933 ①DJ 득표율②김경수 역할론③대장동 시즌2?... 민주당 경선 관전 포인트 랭크뉴스 2025.04.13
47932 김흥국 만난 현영 “오빠, 정치 그런 거 하지 말고 호랑나비 해” 랭크뉴스 2025.04.13
47931 “2032년 5.9조원 시장”… 현대엘리가 노리는 로봇 배달 랭크뉴스 2025.04.13
47930 탄핵 반대파가 세 넓히는 국힘 경선…유승민·오세훈 불출마 선언 랭크뉴스 2025.04.13
47929 김동연, 당원 50%·국민 50% 경선 룰에 "들러리 경선 유감" 랭크뉴스 2025.04.13
47928 "최종 단일후보는 한덕수"?‥벌써부터 '시나리오' 두고 시끌 랭크뉴스 2025.04.13
47927 ‘최대 수혜’ 애플 등 미 빅테크 한숨 돌려…반도체 변수는 여전 랭크뉴스 2025.04.13
47926 "엄마, 숨을 못 쉬겠어"…17살 치어리더 갑자기 '팝콘 폐' 진단, 원인은? 랭크뉴스 2025.04.13
47925 트럼프, 악수 요청 대놓고 무시…UFC 귀빈석 여성 누구길래 랭크뉴스 2025.04.13
47924 친구 머리에 디퓨저 묻혀 불붙인 20대들…불 끄려하자 한 행동 랭크뉴스 2025.04.13
47923 산불 피해 보험금 청구 5000건 육박… 농작물 재해 최다 랭크뉴스 2025.04.13
47922 월요일도 전국 비바람 계속… 강원 산간엔 ‘4월 폭설’ 예보 랭크뉴스 2025.04.13
47921 트럼프 ‘급소’로 꼽힌 미 국채금리, 안정세 찾을 수 있을까 랭크뉴스 2025.04.13
47920 윤 전 대통령 측 "재판부 결정에 동의"‥커지는 '비공개 재판' 논란 랭크뉴스 2025.04.13
47919 [단독] 퇴근 후 걷고 싶은 길로…화려해지는 '청계천 야경' 랭크뉴스 2025.04.13
47918 김동연 '어대명' 민주당 경선룰 반발 "들러리 경선 바로잡아달라" 랭크뉴스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