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각 학교들, 자율적으로 '파면 선고' 시청
수행평가 시즌이라 생중계 뒷전 되거나
'정치 중립 위반' 민원 우려에 위축되기도
교사들 수업권 지킬 법적 장치 있어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나던 4일 오전 울산 북구의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선고 중계를 보고 있다. 뉴시스


4일 충북의 A 고교 학생들은 교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확정한 헌법재판소 선고를 지켜봤다. 그리고 이어진 뉴스의 쟁점 분석도 함께 시청했다.

이 학교 교무부장인 B 교사는 "교육청에서 선고 중계 시청을 따로 권장하진 않았지만, 생중계와 뉴스를 함께 보며 토론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B 교사는 "학생들이 '윤 전 대통령은 이제 감옥에 가나요?'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나요?' 등 파면 이후 절차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며 "이후 대선 관련 절차를 설명하고, 대통령이더라도 민주주의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파면될 수 있단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는 교육 현장에서 민주주의의 중요성과 절차에 대해 알려주는 '살아있는 교재'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0곳이 관내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헌재 선고를 시청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막상 시청 여부는 권고 유무를 떠나 지역·학교 사정별로 제각각 달랐다.

A 고교처럼 교육청의 권고가 없었어도 수업에 적극 활용한 곳이 있는가 하면,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민원이 들어올 것을 우려하거나 수행평가 일정이 더 우선돼 제대로 시청 지도를 못한 학교들도 많았다.

대구의 한 고교에 근무하는 C 교사는 "교육청에서 시청 권장 공문 등이 내려오지 않은 상황이라, 교사들 사이에서는 '괜한 민원 거리를 먼저 만들지 말자'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TV를 틀 생각도 못했다"고 전했다.

내신 일정이 더 급하단 이유로 선고 중계를 보지 않은 학교들도 있었다. 경기 지역 한 고교의 D 교사는 "고등학생들이 한창 수행평가 시즌이라 선고 중계를 볼 시간을 내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또 "설령 이번 선고에 대한 토론 수업을 한다 해도, 학생들 자체가 혹시나 정치적 발언으로 인해 (태도 점수 등) 내신에 영향이 갈까봐 발언을 극히 꺼린다"며 "수업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입시와 민원 우려에 위축되어서 교사의 정당한 수업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것이다. 이기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학생 민주시민교육을 권장해야 할 교육부가 외려 '교육의 중립성 등을 위반하는 사례가 없어야 한다'는 공문을 보내며 교사들을 억압하는 건 문제적"이라며 "오히려 관련법 개정을 통해 교사 수업권·생활지도권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관기사
• "쌤, 대통령이 잘려요?" 학교서 탄핵심판 생중계··· 교사들 "필요하지만 고민 많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0313550000019)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097 [사설] 민주주의 훼손 심판…분열 끝내고 통합으로 복합위기 극복해야 랭크뉴스 2025.04.05
44096 北, 하루 만에 '윤석열 파면' 주민들에 알려… "재판관 8인 전원일치" 랭크뉴스 2025.04.05
44095 “윤석열을 파면한다” 결정 직후 주가 30% ‘폭싹’ [이런국장 저런주식] 랭크뉴스 2025.04.05
44094 트럼프發 관세 전쟁에 뉴욕 증시 이틀 연속 급락…7대 기술주 시총 1100조 사라져 랭크뉴스 2025.04.05
44093 '月 500만원' 역대급 국민연금 받는 부부…3가지 비결 봤더니 랭크뉴스 2025.04.05
44092 윤 전 대통령, 한남동 관저서 하루 보내…퇴거 준비 중 랭크뉴스 2025.04.05
44091 주문 읽자 교실서 울린 함성…“민주주의 중요한 순간” 랭크뉴스 2025.04.05
44090 스트레스 줄이면 ‘노화의 원인’ 만성염증도 줄어든다 [건강한겨레] 랭크뉴스 2025.04.05
44089 트럼프, 틱톡금지법 시행 75일 추가 유예…“中과 계속 협력 희망해” 랭크뉴스 2025.04.05
44088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로 90억 떼먹은 60대, 2심서 징역 15년 랭크뉴스 2025.04.05
44087 [당신의 생각은] 어린이 없는 심야 학교 앞 시속 30㎞ 제한… “탄력 운영” vs “안전 확보” 랭크뉴스 2025.04.05
44086 尹 탄핵 선고 끝났지만…오늘도 도심 곳곳서 찬반집회 열린다 랭크뉴스 2025.04.05
44085 파월 연준 의장 “관세, 인플레 높이고 성장세 낮출 것…영향 커져” 랭크뉴스 2025.04.05
44084 재계 “정치 불확실성 걷혔다…경제 위기 극복에 총력” [윤석열 파면] 랭크뉴스 2025.04.05
44083 세계가 놀란 ‘민주주의 열정’, 새로운 도약의 불꽃으로 랭크뉴스 2025.04.05
44082 [길따라 멋따라] 가뜩이나 붐비는 공항…연예인과 승객 충돌 랭크뉴스 2025.04.05
44081 ‘증거 능력’ 엄밀히 따진 헌재…윤석열 쪽 ‘불복 논리’ 차단했다 랭크뉴스 2025.04.05
44080 李 “진짜 대한민국 시작”… 3년 만에 다시 대권 도전 랭크뉴스 2025.04.05
44079 김정은, 尹 파면 날 특수부대 시찰… “싸움 준비가 최고의 애국” 랭크뉴스 2025.04.05
44078 국가비상사태 없었는데‥계엄 선포 이유 안 돼 랭크뉴스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