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뉴스1
[서울경제]
경기도 안성에서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하던 고속버스에서 한 승객이 화장실이 급하다는 이유로 버스를 세운 뒤, 10분 이상 자취를 감춘 사건이 발생했다.
3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지난 1일 경기도 안성에서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오는 고속버스에서 벌어진 일화가 소개됐다.
고속버스 기사 A 씨에 따르면 안성에서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까지는 1시간 15분 정도가 걸리는데 휴게소를 들르지 않는다. 신갈분기점을 지날 때쯤 중년 남성이 다가오더니 "너무너무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데 급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라면서 "안 세워주시면 여기서 실수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고민하던 A 씨는 승객이 실수라도 할까 죽전휴게소에 버스를 세웠다. 그러나 소변을 보러 간다는 승객은 10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A 씨는 결국 직접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서 나오던 승객은 A 씨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저씨 아저씨'라고 부르자 힐끔 보더니 더욱 빠른 걸음으로 도망갔다. A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제가 눈치를 챘다. 이 사람 도망치는 거구나, 집에 가는 거구나. 그때부터 전력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승객의 허리춤을 잡고 가까스로 멈춰 세운 A 씨는 "지금 뭐 하시는 거냐"고 물었고, 승객은 "아니, 안 오면 그냥 가시지"라며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 A 씨는 "당신 때문에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는 승객은 뭐가 되냐"고 물었다. 승객은 "집이 근처인데 화장실에 갔다 오니까 집으로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까지 갔다가 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여기서 내려달라고 하면 안 된다고 할 것 같아서 화장실이 급하다고 했다"고 답했다.
기사는 승객을 붙잡아 버스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당신 때문에 승객 9명이 15분째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버스에서 타서 90도로 인사하고 사과부터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승객은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버스에 탔다. A 씨는 "이런 경우를 처음 당해 봐서 회사에 얘기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너무 화가 난다, 저 사람 어떻게 불이익을 줄 만한 방법이 없냐 그랬더니 딱히 없다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을 서울까지 데리고 왔다"며 황당해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기사님이 차라리 급한 일 생겼다고 했으면 세워줬을 거라더라. 그냥 보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른 승객들에게 미안해서 끝까지 쫓아가서 잡으셨다고 한다. 한 사람 때문에 다른 승객들 피해도 그렇고 사실 엄밀하게 따지면 버스회사의 업무를 방해했다고도 볼 수 있다. 문제 삼으면 법적 처벌까지도 가능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