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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파면] 윤석열 2년7개월 정치역정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임기 4개월여를 남기고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다. [뉴스1]
“자유·인권·공정·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밝힌 포부다. 그가 정계 입문부터 대통령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9개월. 역대 최단 기간이었다. ‘새 시대’에 대한 국민적 갈망이 이례적 추진력을 낳았다. 하지만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와 여소야대라는 환경은 ‘정치 신인’에게는 버거운 시험대였다. 그의 재임 2년7개월은 역대 최다 거부권(25건)과 탄핵안(27건)을 주고받는 야당과의 상쟁(相爭)으로 점철됐고, 역대 두 번째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로 마무리됐다.

출발부터 녹록지 않았다. 취임 첫 주(한국갤럽, 2022년 5월 1주) 받아 든 국정 수행 지지율 52%는 같은 조사가 실시된 이래 역대 최저치였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추진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은 소통 부족과 막대한 예산, 풍수 논란 등이 겹치며 빛이 바랬다. 특히 용산 이전의 상징처럼 내세웠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은 신선한 시도라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질문 제한 등에 대한 비판 속에 반년 만에 중단됐다.

지난 2022년 5월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정 동력의 에너지가 가장 집약되는 집권 초기를 여당 대표(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와의 갈등으로 소진한 것도 정치력에 물음표를 더했다. 대선 기간 ‘윤핵관’과 마찰을 빚었던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대선 승리 4개월 만인 2022년 7월 국민의힘 윤리위에서 당원권 6개월 정지(품위유지 위반)라는 초유의 중징계를 받고 탈당했다. 이후 김기현·한동훈 등 여당 대표 잔혹사가 이어졌다. ‘대선 승리연합’을 대통령 스스로 해체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은 특유의 돌파력으로 국가적 난제들을 다뤘지만 때론 세기(細技)가 부족했다. 노동개혁 차원에서 내놓은 근로시간 개편제는 주64시간제란 비판 속에 표류했고, 수능이 임박한 가운데 돌출한 킬러문항 배제 조치도 현장의 혼란을 낳았다. 지난해 1월 의대 2000명 증원 계획은 의대생 집단 휴학 및 전공의 이탈 등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치며 응급의료 마비라는 혼란을 초래했다.

윤 전 대통령 주요 일지
다만 외교안보에선 ‘한·미 동맹의 재강화’와 ‘한·일 관계 복원’이란 성과를 남겼다. 2023년 8월 미국·일본과 함께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열고 인도·태평양 전략의 공동 대응을 합의하는 등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공식화했다. 2023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모습은 대미 외교 강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꼽혔다. 또 기시다 후미 오 일본 총리와 만찬을 갖는 등 대일 외교 회복에도 공을 들였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정상회담은 불발됐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북한과 혈맹이 된 러시아와의 관계도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윤 전 대통령 몰락의 단초는 결국 지난해 22대 총선이었다. 그는 87체제에선 처음으로 임기 내내 여소야대 대통령이었다. 임기 초반엔 160여 석의 야당을 마주하다 22대 총선 후엔 190석 가까운 야당을 상대해야 했다. 대선에서 0.73% 차로 석패한 이재명 후보가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표가 되면서 차기 대권 도전을 이어간 점도 여야 협치의 공간을 증발시켰다. 윤 전 대통령은 22대 총선 참패 후에야 이 대표와 만났다. 취임 후 721일 만에 회동이었다.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실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뉴스1]
총선 참패는 윤 전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있었다. 의대 증원 논란과 물가 상승, 순직 해병 사고를 둘러싼 외압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논란이 겹치며 분위기는 빠르게 야권으로 넘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여전히 승리를 낙관한 듯, 대화와 타협보단 정면돌파를 택했다. 특히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여론을 외면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논문 표절, 경력 부풀리기 의혹 등이 제기된 김 여사는 “용산에 V1(VIP 1·윤 전 대통령)과 V2(VIP 2·김 여사)가 있다”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광범위한 국정 개입 논란을 불러왔다. 윤 전 대통령은 총선 때도, 그 이후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가는 모습. [뉴스1]
결국 지난해 하반기는 김 여사의 각종 의혹과 야당의 ‘줄탄핵’ 등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대여 공세가 절정에 달했다. 여기에 명태균 의혹까지 더해졌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김 여사의 사과와 국정 쇄신을 요구하며 ‘윤·한 갈등’으로 번졌다. 여권으로선 총체적 난국이었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은 이런 가운데 전격적으로 일어났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반지성주의’를 꼽았다.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일부 유튜버와 강성 지지층에서 주장해 온 ‘부정선거’를 근거로 전격적인 계엄을 시도했고, 이는 4시간 만에 무산됐다. “우리가 처해 있는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던 그의 지적대로 ‘반지성주의’는 한국 정치의 극단적 대립을 심화하면서 2년 반 만에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권의 조기 붕괴를 가져왔다.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상승했으나 누구보다 빠르게 추락했다. 그리고 더 극단적 대립을 남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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