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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측 서로 부둥켜안으며 “승리”
응원봉 꺼내 흔들며 ‘다만세’ 떼창
반대 집회선 낙심한 표정으로 탄식
‘여의도파’·전한길 “헌재 결정 승복”
4일 저녁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알리는 경향신문 특별판이 배포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오전 11시22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탄핵 찬성 측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얼싸안았다.

한남동 관저 앞 해병대예비역연대 소속 참가자들은 샴페인을 터트렸다. 옆에서 함께한 시민들과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이도 있었다.

광화문 집회 무대 차량에서는 탄핵 집회 주제가처럼 자주 불린 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퍼졌다. 시민들은 노래를 따라 불렀고, 응원봉을 흔들었다. “기분이 너무 좋다”고 외친 참가자들은 울컥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집회 사회자는 “주권자인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자”고 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 청주, 대전, 전주, 부산, 그리고 제주까지 전국 곳곳이 환호와 박수 소리로 들썩했다.

청주 충북도청 앞 집회에 참석한 전서희씨(24)는 “파면이라는 당연한 결과가 나오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며 “윤 전 대통령 파면이 구조적 불평등, 청년 문제 등을 해소하는 시작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주 충경로 집회에 나온 이유란씨(53)는 “순리대로 돼 다행이다. 시민 모두가 기뻐하는 정의로운 판결이었다”고 했다. 매주 토요일 제주시청 거리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했다는 신란자씨(69)는 “비상계엄 이후 잠도 못 자고 악몽도 꿨다”며 “국민 스트레스가 이제야 해소되고, 우리나라가 제대로 민주화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광주 광산구 성덕고의 한 2학년 교실에서 파면 선고 방송을 지켜본 학생들은 “탄핵 맞지?” “민주주의가 이긴 거지?” 등을 친구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소름 끼친다” “나 닭살 돋았어” “눈물 나려고 해”라며 신기해했다. 광주시교육청 권고로 마련된 학교 내 선고 방송 시청에 자율적으로 모인 각 반 학생 31명은 선고 30분 전부터 황석하 교사의 지도하에 민주주의 역사와 가치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기 대선에서 생애 첫 투표권을 갖게 된 최해인양(18)은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귀담아듣는 대통령 후보에게 첫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인천 계양구 안남고의 한 1학년 교실에서도 탄핵 생중계 방송을 활용한 민주시민교육이 진행됐다. 한 학생은 “민주주의에 대해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친구들하고 민주주의를 함께 공유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용산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한남동 관저 앞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모인 탄핵 반대 측 참가자들은 낙심한 표정이 역력했다. 한 한남동 집회 참가자는 탄핵 반대 집회의 상징이었던 성조기를 바닥에 떨궜다. 파면 선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무슨 소리야?”라며 황당한 표정을 짓거나 울부짖는 이도 많았다. 많은 이가 파면 선고가 나온 뒤 허탈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집회장을 떠났다.

한남동 집회에 참석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헌재 재판관들 감방 갈 준비해” “국민 저항권으로 내일 토요일 대한민국을 뒤집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손현보 부산세계로교회 목사 주도로 여의도 등에서 대규모 탄핵반대 집회를 이끌었던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성명문을 내고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오늘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며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실시간 방송에서 “헌재의 선고 결과에 대해 승복한다”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이고 법치주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들은 일부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소동을 벌이기도 했으나 오후 4시쯤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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