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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헌트 형제, 은 대량 매수로 거래소 '철퇴'
워렌 버핏도 1997년 은 가격 폭등 이끌어
"공매도 타파" '게임스톱' 개미 타깃 되기도
은 선물 가격. 사진 제공=인베스팅닷컴

[서울경제]

"은 가격은 수십년간 가격이 억눌려왔다. 이제는 은 가격 조작이 끝났기 때문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다."

재테크 분야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해 은값은 온스당 7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이같은 주장을 폈다. 금과 달리 은은 산업계 수요 비중이 큰 만큼 정부나 금융 기관 등 언급되지 않은 어떤 세력에 의해 가격 통제를 받아왔다는 설명이다.

음모론 같은 그의 주장은 어떤 면에서는 사실로 확인됐다. 과거 은값 폭등 조짐이 보일 때 정부가 나서서 이를 차단하거나 금융 기관이 공매도 시스템을 통해 불법적으로 은값을 조작한 사례가 있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도 한 때 은을 대거 매수하며 은값 폭등을 이끌었다. 금과 달리 은은 전체 공급량과 거래금액이 작아 일부에 의해 가격이 쉽게 변할 수 있었던 셈이다.

특정 세력 개입설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은 '헌트 형제 사태' 또는 '은의 목요일 사태'다. 때는 1970년대, 텍사스 석유 재벌의 아들로 태어난 넬슨 벙커 헌트와 허버트 헌트, 라마 헌트 형제는 석유 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자 자산을 은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1970년대 초반부터 은을 매입하기 시작했으며 1979년 뉴욕상품거래소(COMEX)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은 선물 계약을 통해 대량의 은을 사들였다. 이 중 만기가 된 은 계약은 실물로 인도받으면서 시장의 은 실물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1979년 초 온스당 6달러에 불과했던 은 가격은 1980년 1월 50달러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은 가운데 3분의 1을 헌트 형제가 보유하고 있다는 추정까지 나왔다.

이들의 은 독점 논란이 커지자 뉴욕상품거래소는 선물 계약의 증거금 규정을 강화해 헌트 형제의 레버리지 투자를 옥좼다. 그 결과 헌트 형제는 증거금을 충당할 수 없게 됐고 대규모의 마진콜이 발생하며 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마진콜에 따라 은 가격이 폭락한 1980년 3월 27일은 '은의 목요일'(Silver Thursday)로 명명됐다.

실버바 1kg. 사진 제공=한국금거래소


'은의 목요일' 사건으로 은 가격은 폭락했고 더 이상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은의 암흑기를 종식시킨 것이 바로 워렌 버핏이다. 그는 1997년 1억 1120만 온스, 3459톤에 달하는 은을 매수했다. 버핏의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4달러대였던 은 값은 7달러 부근까지 치솟았다. 당시 버핏은 아히 주주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은괴 재고가 상당히 감소했고 지난 여름 찰리(찰리 멍거)와 수요와 공급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더 높은 가격이 필요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버핏은 해당 포지션을 10년간 유지하다가 2006년에 13달러선에서 모두 매도했다. 일각에서는 "버핏이 당시 은 시장을 독점했고 가격을 조종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들 사례와 반대로 거대 기관 투자자들이 거래 시스템을 악용해 은값을 억누른 사례도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JP모건이 최소 8년간 은을 포함한 귀금속 선물계약 등에서 대규모 매도주문을 낸 뒤 주문을 취소하는 시장조작기법(스푸핑)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CFTC는 당시 기준 역대 최대 과징금 9억 2020만 달러를 JP모건에 물렸다.

2021년 공매도 세력에 맞서 개인간 대량의 특정 밈 종목 주식을 사들인 '게임스톱 사태' 당시 은이 주요 목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포브스는 "실버 스퀴즈의 이론의 기본 아이디어는 대형 은행과 헤지펀드가 현재 귀금속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은 시장에서 엄청난 숏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 이론에 따르면 충분한 수의 소규모 투자자가 은 시장에 매수하면 대형 은행과 헤지펀드는 숏 포지션을 커버하거나 다시 매수해야 하며, 이로 인해 은 가격이 급등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 결과 은 가격은 하루만에 10% 이상 치솟으며 온스당 3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이내 제자리를 되찾았다.

'헌트 형제 사태' 등을 거치며 은 독점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강화되고 거래량도 과거 대비 큰 폭으로 늘면서 과거와 같은 가격 조작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를 운영하는 CME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은 옵션 거래량은 1만 8027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무역 기구인 실버 연구소(The Silver Institute)의 회장 겸 CEO인 마이클 디리엔조는 "은을 사용하는 태양광(PV) 산업을 중심으로 2024년 은 수요가 12억 온스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따른 전기 수요가 커지면서 수요가 작년 증가치를 넘어설 수 있다"고 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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