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 시작으로 재판 본격화…‘단죄’까지 얼마나 걸릴까
‘국헌문란’ 입증 여부가 주요 쟁점…윤, 수사 적법성 문제 삼을 듯
수사기록 4만페이지 넘고 증인만 520명…1심 2~3년 소요 예상
‘국헌문란’ 입증 여부가 주요 쟁점…윤, 수사 적법성 문제 삼을 듯
수사기록 4만페이지 넘고 증인만 520명…1심 2~3년 소요 예상
관저 ‘정적’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4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정적에 휩싸여 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자연인’ 신분이 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형사기소된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대통령 신분을 내려놓고 재판에 임해야 한다. 앞서 법원이 구속을 취소하면서 윤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절차상의 문제를 일부 받아들인 만큼 이를 둘러싼 검찰과 윤 전 대통령 간 충돌이 재판 과정에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오는 14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공판을 연다.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정식 공판에는 피고인이 법정에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된 지 열흘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법정에 출석하게 되는 것이다.
헌재가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하며 12·3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인정했지만, 이것이 곧바로 ‘내란죄 유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이 ‘국헌문란’이었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군경을 투입한 것은 ‘폭동’이라고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칙적으로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은 판단 요건이 다르다”며 “(형사재판에서는) 야당 또는 공산세력에 대처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을 뿐 국헌문란 목적이 전혀 없었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에 대해 상당히 오래 혐의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재판은 111일 만에 결론이 나온 탄핵심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1심에만 2~3년이 걸릴 수 있다. 내란 혐의 사건 수사기록이 4만여쪽에 달하고, 검찰이 채택해야 한다고 밝힌 증인만 520명이다.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된 상태라 ‘피고인이 구속됐을 경우 6개월 내 1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원칙도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직무수행’을 핑계로 재판을 지연시키기는 어렵게 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을 빌미로 수사와 재판 과정 전반을 꼬치꼬치 파고들며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1심 법원은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내란 혐의 수사권이 없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와 검찰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므로, 이들 기관이 수집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라는 주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재판에서 수사권 문제가 제기될 것을 예상해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기준으로 보완수사를 해 기소했으므로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거듭 문제를 제기하면 원활한 재판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구속 절차뿐 아니라 기소에도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공소기각’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법원이 공소기각 결정을 내리면 내란죄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나 특별검사가 재수사를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다만 법조계 인사들은 “구속 도중 일어난 위법 행위가 공소 과정 전체를 무효로 할 수는 없다”며 공소기각 확률은 낮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