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전원일치 결정 의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하면서 8인 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을 내놓았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에 불복할 여지를 최소화하고 대통령 파면 이후 사회가 신속히 통합에 이를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헌재가 지난 2월25일 변론 종결 이후 한 달 넘도록 장고를 이어오며 일각에선 재판관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려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윤 전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결정이 나온 한덕수 국무총리 등 다른 탄핵심판 사건 결정을 근거로 재판관 이념 성향에 따른 온갖 소문이 분분했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거치며 ‘중대한 법 위반이 있을 때 파면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피청구인(윤석열)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헌법 수호라는 탄핵심판 제도의 본질과 기능에 비춰 판단이 나온 것”이라며 “(재판관의) 이념 성향에 따라 헌법 위반 여부의 중대성이 달라질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달 넘도록 선고기일 안 잡히자 이념 성향 따라 이견 관측 나와
‘중대한 법 위반 있을 때 파면’ 노무현 탄핵 사건 기준 그대로 적용
한 명이라도 기각이나 각하 때 초래할 사회적 혼란도 고려한 듯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파면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한 증언과 증거가 나왔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6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말했다. 헌재가 직권으로 채택한 유일한 증인인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도 8차 변론에서 ‘국회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유일하게 두 차례 증인신문에 나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국회의원 체포조 명단을 적은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앞선 탄핵심판에서 이견을 내기도 했던 정혁식·조한창 재판관도 이번에는 뜻을 같이했다. 재판관들은 법정의견 결론에 모두가 동의하면서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정형식) 등 3개의 보충의견만 제시했다. 파면에 반대하는 의견은 없었다.
헌재는 이번 탄핵심판이 절차적 적법성을 비롯해 실체적 쟁점을 두고 윤 전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이 치열하게 다퉈온 만큼 평의 과정에서 법리 검토와 결정문 문구 수정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재판관에게서 기각 의견이 나온다면 헌재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 있고 사회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전원일치 선고에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헌재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때 보여준 모습과 비슷하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선고 전날까지도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은 만큼 재판관 한 명이라도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이 나오면 지지층의 격렬한 반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