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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자, 시민들이 충북도청 서문에서 끌어안고 환호하고 있다. 청주=뉴시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되살아났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파면 주문과 함께 그는 대통령 직위를 잃었다. 불법계엄 선포로 국가를 누란 위기로 내몬 지 123일,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된 지 111일 만이다. 헌정사상 두 번째 현직 대통령 파면이다.

최고 권력자의 위헌, 위법 행위로 짓밟힌 국가와 국민을 헌법 질서를 통해 구해냄으로써 우리 민주주의가, 또 법치주의가 살아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주말 밤마다 서울 도심을 환하게 밝힌 응원봉 물결로 표출된 광장 민심이 추동해 낸 결과다. 국민의 승리, 정의와 상식의 승리다.

법치주의 가치 확인해준 파면 결정문


어느 것 하나 흠결을 찾거나 반론을 제기하기 힘든 명쾌한 결론이었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 5가지를 모두 인정했다. ①국회의 탄핵 남발 등으로 인한 국정마비는 병력이 아니라 정치적·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었을 뿐 아니라 국무회의 계엄 심의는 불충분했고 ②군경을 투입해 국회의 권한행사를 방해했다고 봤다. ③국회·정당 활동을 금지한 포고령 1호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고 ④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은 영장주의 위반이자 선관위 독립성 침해이며 ⑤전 대법원장 등 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 역시 사법권 독립 침해로 판단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기각과 인용으로 갈랐던 헌법과 법률 위반의 ‘중대성’ 또한 “국민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며 받아들였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절차적 문제는 모두 배척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 역사적인 결정은 한국 민주주의가 걷는 여정에서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묵직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제 갈등과 분열 치유의 시간


지난 4개월여 동안 우리 사회는 탄핵 찬반 세력으로 갈라져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폭력과 막말, 선동이 난무하는 ‘심리적 내전’ 상태와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 결정 뒤 "국민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짤막한 입장만 내놓았다. 더 이상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무조건 승복의 뜻을 밝히고 지지자들에게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이자 애국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승리에만 도취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는 헌재 결정문의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의 불행은 지지층만 바라보고 나머지 절반의 국민은 철저히 외면한 데서 시작됐다.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은 취임 2년 뒤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여서는 안 됐다”는 것은 대선 유력 후보인 이 대표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주문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탄핵 결정에 분개하는 시민들도 품으려 노력해야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 발표도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여든 야든,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나라 근간 차곡차곡 다시 세워야


지금 우리에겐 경제와 안보의 복합위기가 무섭게 엄습하고 있다. ‘트럼프 2기’ 미국이 벌이는 관세전쟁의 최대 피해국으로 내몰렸고, 경제성장률은 1%를 지키기조차 버거워진 상태다.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를 최우선 목표로 둔 미 국방전략지침은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리더십 부재 속에 모든 분야의 불안정성이 커졌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제 국가 정상화에 모두가 힘을 모을 때다. 여·야·정이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 현실이 된 ‘장미 대선’ 또한 파괴의 선거가 아니라 쑥대밭이 된 농지 위에 새로운 싹을 움트게 하는 생산의 선거여야 한다. 헌재의 파면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나라의 근간을 차곡차곡 다시 세워나가야 한다. 국가적 위기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선 대한민국 DNA의 저력을 보여줄 때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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