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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골검사의 ‘영욕 점철’ 정치 여정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일을 이틀 앞둔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경호원과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987년 개헌 이후 가장 짧은 임기를 수행한 대통령으로 기록된 채 4일 역사의 무대 전면에서 퇴장했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말하던 그의 정치 인생은 “국민 신임을 배반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론과 함께 불명예스럽게 멈춰 섰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 아무런 정치적 기반 없이 거머쥔 ‘별의 순간’의 이미지는 이제 위헌·위법 판단이 내려진 비상계엄의 그늘에 가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26년간의 검사 인생을 마치고 정치에 뛰어든 지 단 1년 만에 제20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전직 대통령과 정권 실세, 기업인들의 비리를 타협 없이 수사한 모습은 그를 대중이 이름을 기억하는 검사로 만들었다. 2013년 10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뒤 윗선의 외압을 폭로하며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라고 말한 것이 유명하다. 그를 잘 아는 검찰 간부는 “‘사건 터지면 수사하면 되지 뭐’ 하는 자세가 강점이었다”고 말했다.

고검에 좌천돼 있던 그가 2017년 5월 문재인정부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됐을 때 청와대 기자실에서는 탄성이 나왔다고 한다. 다만 2년여 뒤 그가 검찰총장에 취임하자마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착수를 결정한 일은 정권과의 불화, 나아가 사회 전체의 분열로 이어졌다. ‘조국 수사’ 이후 그의 참모진은 모두 지방으로 흩어졌고, 윤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식물총장’으로 불렀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손발을 다 잘라 지방에 날렸다. 고난과 인생 공부를 했다”고 말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은 그가 총장직 사퇴를 결정하는 변곡점이 됐다.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3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종전까지는 검찰에 박수를 쳐 왔는데, 근자의 일로 반감을 가졌다고 한다면야 내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고 불렀던 그는 2021년 6월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부패가 판치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며 정계에 입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이력 때문에 “보수층을 궤멸한 인물”이라는 비판도 나왔으나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최초의 ‘0선 대통령’이 됐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는 단 0.73% 포인트였다.

윤 전 대통령은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우려하며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정작 야당과의 갈등을 원활히 풀지 못했다. 정계 입문 때부터 ‘리스크’였던 장모 문제,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임기 초반부터 끝없이 제기됐다. ‘청담동 술자리’ 등 근거 없는 의혹 제기도 뒤섞이자 윤 전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예민해하고 야당의 ‘발목 잡기’를 탓하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을 아는 이들 중에는 그가 이 무렵부터 반국가 세력의 존재를 말하는 빈도가 늘었다고 한다. 당시 “유튜브를 그만 보시라”는 측근의 건의도 있었다고 한다.

고위직 인사 문제,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발언 논란, 잦은 거부권 행사,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에 윤 전 대통령의 지지도는 임기 초부터 추락했다. 윤 전 대통령은 30차례 ‘민생토론회’로 정책을 말하는 대통령이 되고자 했으나 국민적 관심은 그의 격노나 음주 여부를 향했다. 가까이에서 그를 접한 이들은 호방한 ‘형님 리더십’에 호감을 표했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대통령이 고집을 꺾지 않는다는 뒷말도 흘러나왔다. 이를 기세와 결단이 중요했던 ‘특수통’ 특유의 기질로 풀이하는 이도 있으나 정치권 생리를 모르고도 자기 확신이 지나친 한계라고 혹평하는 이도 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거야’만 상대해야 하는 대통령으로 예정돼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포용과 정치로 해결하지 않았다. 검찰이 특정한 윤 전 대통령의 첫 계엄 시사 시점은 지난해 3월 말 또는 4월 초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국군방첩사령관, 경호처장 등과 식사하며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는 게 검찰 수사 내용이다. 자유와 법치를 말하던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밤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군인들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들어섰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될 때 “이 나라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윤 전 대통령 구속 기소를 최종 결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의회 폭거를 알릴 ‘대국민 호소’였다고 강조했으나 헌재는 이를 배척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1060일 만에 파면된 뒤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냈다. 그는 또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많은 국민은 여전히 “진짜 계엄 선포의 이유가 뭐냐”고 묻고 있다. “민주당 머릿속에나 있다”던 계엄이 실제 실행된 것만으로도 그와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져 있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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