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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체포 명단’ 증언한 전 국정원 1차장
“국가 공권력은 우리 안전 지키기 위한 것
국민 목 조를 수 있다는 공포·놀람 느껴
헌재 결정, ‘자유민주주의’ 중요한 분기점”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군 통수권자에 의해 생겼지만 시민들이 막아내고 군인들이 자제했으며 헌법재판소가 시스템적으로 사회 안정을 지켜냈다”고 말했다. 그는 “오염된 물이 시스템적으로 정수(淨水)되는 나라라면, 자부심을 가질만한 나라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헌재 결정을 두고 “대한민국을 이끄는 사회 지도층이 명심해야 하는 교과서”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12·3 비상계엄과 윤 전 대통령 파면을 통해 국가 공권력의 올바른 사용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 공권력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한 것”이라며 “군과 경찰, 국정원의 능력이 국민과 대척점에서 쓰이게 된다면 얼마나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변질될 수 있는가를 이번에 느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이어 “(국가 공권력이) 국민의 목을 조를 수 있다는 공포와 놀람을 느꼈다”며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키워놓은 국가의 물리력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나라는 깨달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사회 지도층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장관은 자신의 국회 인사청문회 때 ‘지금 계엄을 하면 어떤 군인이 따르겠느냐’라고 말해놓고 비상계엄 때 직접 군인에게 지시했고, 국정원장은 국정원 차장이 보고하는데 ‘보고를 안 받겠다’고 도망을 갔다”며 “진짜로 대한민국을 위하는 사람이 누군지를 국민이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일부 엘리트들이) 상식적으로 누구나 다 아는 팩트(사실)를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권의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의 눈을 속여왔다”며 “대한민국 0.1% 엘리트에 대해 큰 의심을 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시대 나라를 지킨 것이 왕이나 고관대작이 아니라, 의병이었다”라며 “백성이 위대한 나라”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누군가 아침마다 손가락질하면서 ‘너 거짓말했지’라고 말한다고 해보자. 한 3일이 지나니까 ‘내가 거짓말을 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그런 생각으로 112일이 지났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대대 중대장을 했다. 국정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에 특별채용돼 30여년 동안 블랙요원으로 활동했다. 국정원장 비서실장, 국정원 대북특별보좌관, 주영국대사관 정무공사 등을 지낸 후 2023년 11월부터 국정원 1차장으로 근무했다.

홍 전 차장은 지난 2월4일과 2월20일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일관되게 증언하며 비상계엄 당일 받아적은 ‘정치인 체포 명단’ 메모를 공개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 헌재 변론에서 홍 전 차장메모에 대해 “내란과 탄핵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날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은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해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했다”고 판시하며 그의 발언이 거짓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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