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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수와 탄식이 공존했다. 12·3 비상계엄 123일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되는 순간 헌재 대심판정에서 한쪽은 고개를 숙였고 다른 한쪽은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4일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로 윤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헌재에는 이날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주심을 맡은 정형식 재판관은 아침 6시57분께 가장 먼저 헌재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은 이날 결정문을 읽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었다. 문 대행이 아침 8시23분에 나타나면서 경호를 받으며 이동한 8명의 재판관이 모두 무사히 헌재에 도착했다. 재판관들은 이날 오전 9시30분 마지막 평의를 진행하며 결정문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탄핵소추위원과 양쪽의 대리인단들은 아침 9시20분께부터 속속 모습을 보였다. 11차례 변론기일에서 항상 희비가 엇갈렸던 양쪽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모두 같은 표정을 지었다. 대심판정으로 이동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 대행을 비롯한 재판관 8명은 아침 10시59분 대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선고가 예정된 아침 11시 정각에 모두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문 대행이 긴장 가득한 침묵을 깼다. “지금부터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심판정에 모인 이들의 눈은 모두 문 대행을 향했다.

문 대행은 평소보다 천천히 선고요지를 한 문장씩 읽었다. 그제야 국회 쪽 대리인단과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의 표정이 갈리기 시작했다. 헌재가 △계엄 선포 △국회 군·경 투입 △포고령 제1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 등 다섯가지 쟁점에 대한 위헌·위법성을 하나씩 인정할 때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고개를 떨구거나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체념했다.

“국무회의 심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습니다.” 문 대행이 실질적인 국무회의 없이 선포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윤 대통령 쪽의 윤갑근 변호사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차기환 변호사 역시 고개를 떨궜다. 이어 문 대행이 “윤 대통령이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인정하자 윤 변호사는 씁쓸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눈을 지그시 감았다. 차 변호사는 이내 찡그린 표정으로 한숨을 쉬거나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봤다. 반면 국회 쪽 대리인단의 공동대표인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과 이광범 변호사는 문 대행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을 조목조목 짚을 때마다 줄곧 고개를 끄덕였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 대행의 말이 대심판정에 울려 퍼졌다. 법정에서는 “와”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박수 소리가 나왔다. 정숙하라는 보안 직원의 제지를 받아 장내가 조용해졌지만, 이내 국회 쪽 방청석에서는 “감사합니다”라는 외침이 터졌다.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은 선고가 끝나자마자 썰물 빠지듯 심판정을 빠져나갔다. 국회 쪽 대리인단은 서로 “수고했다”고 말하며, 대심판정 안에 오래 남았다.

방청석 분위기도 좌우로 크게 갈렸다. 국회 쪽 대리인단인 왼쪽에 앉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서로 포옹을 하고 등을 두드리며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등의 인사를 주고받았다. 오른쪽에 앉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입에서는 “역사에 죄짓는 거야” “민주당의 대변인이지 저게” 등의 말이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결과를 믿지 못하겠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481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일반 방청을 온 20명의 방청객 중 일부는 주문이 선고되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선고를 보러 충북에서 전날 서울에 왔다는 민희영(47)씨는 “전 세계가 중계로 보고 있는 장면인데, 나는 내 눈과 귀로 직접 듣고 그 장면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모두가 함께 너무 고생했다는 생각에, 그리고 망가진 사회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방청객 박주연(30)씨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환호하고 싶었지만 다른 분이 제지를 받길래 참았다”며 “오늘 처음 보는 옆에 있는 다른 방청객과 눈이 마주쳤는데, 같이 눈시울이 붉어져 있어서 모두 같은 마음이구나 생각했다. 역사적 순간에 있을 수 있어서 기뻤다”라고 말했다.

아침부터 헌재를 꽉 채웠던 긴장감은 이내 희망으로 바뀌었다. 국회 쪽 대리인단은 ‘인용 엔딩’을 기념하며 헌재 앞에서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국회의원들도 시민들도 이날 헌재를 사진으로 담고 기록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모두 말들은 같았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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