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선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자 국민의힘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당 지도부는 헌재 선고를 수용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탄핵 반대파 의원들은 탄핵 찬성파 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리며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 지위를 상실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헌재 선고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타깝지만 국민의힘은 헌재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헌재 결정에 아쉬움이 많다”면서도 “마음은 아프지만 헌재 결정은 존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0일 이내에 치러질 조기 대선을 언급하며 “절대로 물러설 수 없고 져선 안 되는 선거”라며 “대한민국 미래를 위험천만한 이재명 세력에게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당은 분열된 모습이었다. 탄핵 반대에 앞장서온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은 의총에서 탄핵에 찬성해온 의원들에게 불쾌감을 표출했다. 친윤계 윤상현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동료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지금도 분열돼 있다”며 “지금도 저 안에서 같이 못 앉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에게 “의총에서 계속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한 조치 얘기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탄핵소추에 찬성표를 던졌던 김상욱·한지아 의원 등은 아무 말 없이 의총 도중 의총장을 빠져 나왔다.

친윤계 일부는 헌재 결정 불복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내놨다. 윤 의원은 “헌재의 결정은 ‘쇼킹’”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재에 헌재가 굴복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강민국 의원은 SNS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선고 평결을 방청석에서 들어보니 민주당 대변인이 논평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고 적었다. 이철규 의원은 “유구무언”이라며 “오늘의 결과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고 했다.

탄핵을 찬성해온 김상욱 의원은 SNS에서 “대한의 시민들께서 기어이 피로 만들어진 소중한 대한의 민주주의를 지켜내셨다”며 “(오늘) 민주주의 기념일을 국경일로 제정하고,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경태 의원도 SNS에서 “헌재가 대한민국 국가를 정상화시키는데 그 출발점을 제시했다”며 “국민들과 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경향신문

이보라 기자 [email protected] 민서영 기자 [email protected] 문광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