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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주문읽자 “끝난거 아이가” 곳곳에서 ‘술렁’
탄핵 인용 순간 탄식, 한숨…“큰일났심더”
“탄핵 예상” “탄핵되도 싸다” 반응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던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큰일났심더” “아이고 안 됐다” “낙이없다 낙이없어”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나온 뒤 ‘보수의 심장’ 대구의 대표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상인과 손님들은 이 같은 말이 나왔다. 이날 오전 시장 동산상가 지하 고객쉼터에서는 상인 등 10여명이 TV를 통해 생중계를 지켜봤다.

TV 앞에 모인 시민들은 팔짱을 끼거나 뒷짐을 진 채 심각한 표정이었다. 일부는 선고 취지가 탄핵 인용 쪽으로 기우는 듯하자 “인용한단 말이가”, “끝났네” 등이라고 말하면서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낭독하던 이날 오전 11시22분. 생중계를 뚫어져라 보던 상인 등 10여명은 약속이나 한 듯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서문시장은 보수 텃밭인 TK지역에서 정치인이 민심 청취 등 목적으로 찾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당신인 신분이던 2022년 4월 이곳을 찾는 등 여·야 정치인의 발걸음이 잦은 곳이다. 윤 전 대통령은 대구를 ‘정치적 고향’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구 중구 서문시장 동산상가 고객쉼터에서 4일 오전 상인과 손님 등이 TV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백경열 기자


하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의 사진과 서명 등 ‘흔적’이 사라지는 등 여론이 차갑게 식었다. 윤 전 대통령이 방문 당시 찾았던 한 칼국수 집은 대형 사진과 친필 서명을 전시했지만 비상계엄 후 떼어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탄핵 결정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상인들이 많았다. 이날 취재진이 3시간가량 시장을 둘러본 결과 보수 성향의 상인 대다수는 주로 “안타깝다”, “탄핵은 너무한 결정” 등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이날 스마트폰으로 탄핵심판 생중계를 지켜본 한 70대 상인은 “밤잠도 못자고 좋은 결과(기각)를 기대했는데 너무 착잡하다”면서 “앞으로 무슨 낙으로 살까 싶다”고 말했다.

건강식품 등을 팔던 또 다른 50대는 “헌재 XXX아니가. 도대체 이게 뭐고”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의류 도매상을 하는 박인순씨(62)는 “아무리 인용이라지만 8대 0은 말도 안되는 결정이라고 본다. 최근에 보니까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은데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오나”라면서 “헌재가 정치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과일을 파는 서모씨(53)는 “(윤 전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다가 제 칼에 본인이 맞은 격”이라면서 “그래도 보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탄핵을 또 당하면 되나. 심란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가 시작되기 2분 전인 4일 오전 10시58분쯤 대구 중구 서문시장 내 칼국수 등을 파는 한 상점에 설치된 TV에 다른 채널이 틀어져 있다. 백경열 기자


반면 탄핵심판의 정당성을 두고 얘기를 나누던 상인들이 사소한 언쟁을 벌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처럼 보수 성지에서도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문시장이지만 탄핵심판 당일에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실제 적지 않은 수의 상인들은 이날 헌재의 선고 자체를 주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몇몇 상인만 스마트폰을 이용해 생중계를 지켜볼 뿐 대부분은 손님과 흥정하는 등 생업에 열중했다.

칼국수 등을 파는 한 상점에는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TV가 걸려 있었지만 탄핵심판 선고 당시 다른 채널이 틀어져 있기도 했다. 탄핵심판 ‘인용’을 예상했거나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다는 등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상인 박모씨(64)는 “솔직히 가(윤 전 대통령)가 탄핵이 되든 말든 난 관심 없다. 이미 실망을 많이 했다”면서 “가는 불리할 때만 상인들 찾아와서 이용해 먹고, 해준 게 뭐가 있느냐. 탄핵되도 싸다”고 말했다.

태극기를 내걸고 칼국수를 팔던 한 60대 상인은 “탄핵을 예상했다. 윤 전 대통령이 시장을 찾을 때만 해도 기대가 컸는데 이렇게 결정난 만큼 어쩌겠나”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4일 오전 한 과일 도매상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백경열 기자


사실 이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감지된 분위기이기도 하다. 올해 설 연휴에는 “대구가 보수색이 짙지만 최근(비상계엄 이후)에는 ‘한 가지 의견’만 나오는 게 아니다”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라도 잘못은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종호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은 “결국 윤 대통령이 탄핵됐지만 당장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는 건 아니지 않나”라면서 “헌재 선고가 나온 뒤 걱정하고 우려하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쩌겠나. 결과가 그렇게 나왔으니 이에 따라 정치적으로 또 진행될 것”이라면서 “정치인들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그저 시민들이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통합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경북지역 90여개 시민단체 등이 연대한 ‘윤석열 퇴진 대구시국회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중구 동성로에서 헌재의 탄핵심판 생중계를 지켜봤다. 대구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7시 집회를 연다. 이날 대구에서 보수 단체의 집회 및 시위 예정 신고는 없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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