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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한 상인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생중계를 보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기각 될 끼라” “탄핵은 말도 안 된다”

4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서문시장. 삼삼오오 모여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상인들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판결문을 읽는 내내 이같이 말했다. 이후 ‘탄핵 인용’ 선고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잇따랐다.

이불을 판매하는 상인 이경애(58)씨는 “나라가 망하려고 이러나 보다”며 “탄핵되면 야당에서 대통령이 나올 건데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60대 상인도 “헌법재판소 결정은 존중하지만, 기각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조금 아쉽다”며 “국민의힘에서 대선을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은 대구에서도 ‘보수의 성지’라 불린다. 보수진영 ‘현장정치 1번지’로,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하루 전 마지막 유세 장소로 선택했을 정도다. 서문시장 100살을 기념해 열린 ‘2023년 서문시장 100주년 대축제’에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직접 찾아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4월 당선인 신분으로 찾았던 서문시장 내 칼국숫집에는 이날 그의 사진이 여전히 내려진 상태였다. 이곳에서는 비상계엄 직후 벽에 붙어있던 윤 전 대통령의 사진과 사인을 떼어냈다. 70대 주인은 “사진을 내렸긴 했지만, 사람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니고 손님들이 수근대는 게 듣기 싫어서였다”며 “개인적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4일 오전 경북 구미시 원평동 구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김정석 기자
대구·경북은 ‘보수의 텃밭’으로 불린다. 앞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구시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율이 75.14%로 모든 광역지자체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두 번째가 경북으로 72.76%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가 이뤄지는 순간 경북 구미역 대합실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선고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술렁였다. 일부 손뼉을 치며 기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충격에 빠진 표정이 역력했다.

선고가 끝나고 헌법재판관들이 법정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화면에 비추는 와중에도 많은 시민이 넋이 나간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일부 시민은 욕설을 하면서 “이제 좌파들이 나라를 뒤흔들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선황(74)씨는 “선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하는 말들을 들어보니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 같았다”며 “야당의 국정 방해 때문에 대통령 결단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 파면 사유가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모(68)씨도 “이제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서 완전히 나라가 망해버릴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오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판결문 낭독을 대구 동성로에서 지켜보던 한 시민이 스케치북에 미리 적어 온 주문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이날 같은 시각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탄핵 찬성 단체인 대구시국회의가 이날 대형 TV를 설치해 2000여 명이 생중계로 탄핵심판을 시청했다. 최종 인용 선고가 나오자 시민들은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김모(38)씨는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계엄 선포로 몇 달 동안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였는데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는 장면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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