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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한 뒤 단상에서 내려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했다.

헌재는 4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사건 선고기일을 열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123일 만의 결론이다.

헌재는 우선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군·경의 국회 침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 시도, 법조인·정치인 등 위치추적 파악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보고 모두 위법했기 때문에 비상계엄 선포가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우선 포고령부터 위법이었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과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원칙 등을 위반했다. 비상계엄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가 줄탄핵,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마비 사태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입법, 예산안 심의 등의 권한 행사가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중대한 위기상황을 현실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요구 등 평상시 권력행사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입장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는 또한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정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제도적·사법적 수단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윤 대통령 주장에 대해서도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군·경 투입을 한 건 질서 유지 차원이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국회의원의 활동을 막을 목적이었다고 봤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군경을 투입하여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으므로,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하였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특권을 침해하였다”고 밝혔다. 국회에 투입한 군과 시민의 대치상황에 대해 헌재는 “이에 피청구인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를 위반했다”고도 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른바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것에 대해 적어도 정치인들의 위치 추적을 지시한 행위라고 판단한 헌재는 “(피청구인이) 각 정당의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함으로써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봤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에 대한 위치확인 시도도 사법권의 독립 침해라고 판단했다.

부정선거 의혹 해소를 위한 계엄선포 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이 정한 계엄선포 요건인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선관위에 대한 압수 시도도 선관위의 독립성 침해라 위법하다고 봤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전 5분 동안 이뤄진 국무회의에 대해 헌재는 적법한 계엄선포 절차가 아니었다고 봤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계엄사령관 등 이 사건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청구인은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하지 않았음에도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였고, 그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하지 않았으며,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지도 않았으므로, 헌법 및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하였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런 행위들이 중대한 법 위반이어서 윤 대통령을 파면하는 게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러한 행위는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의 기본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헌법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며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것이다. 피청구인은 가장 신중히 행사되어야 할 권한인 국가긴급권을 헌법에서 정한 한계를 벗어나 행사하여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였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다.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한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여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하였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하였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윤 대통령 쪽이 주장한 절차상의 문제점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 쪽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사유서에서 내란죄 등 형법 위반 부분을 헌법 위반 행위로 포함해 판단받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 헌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법조문을 철회·변경하는 것은 소추사유의 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탄핵소추안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거나 같은 회기에 같은 안건을 발의해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검찰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지를 두고 김형두·이미선 재판관은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완화해서 적용할 수 있다며 증거 채택이 가능하다는 보충의견을, 앞으로는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남겼다.

비상계엄선포권이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행위로서 사법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재는 “고위공직자의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부터 헌법질서를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심판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약 22분에 걸쳐 선고요지를 읽었다. 윤 대통령은 문 대행이 주문을 읽은 이날 오전 11시22분에 대통령 직위가 박탈됐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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