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인용이 발표된 2017년 3월10일 오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던 시민들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서울 재동 헌재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email protected]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 서울 시내 곳곳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 시위 도중 숨진 박 전 대통령 지지자의 유족이 “폭력만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입을 열었다.

당시 아버지를 잃었던 ㄱ씨는 이날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각 진영에서 열사나 투사라고 칭하지만, 가족들에겐 허무한 죽음일 뿐”이라며 “폭력 사태를 추호도 생각해선 안 되고, 설사 발생하더라도 흥분하지 말고 가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ㄱ씨는 특히 폭력을 선동하는 사람을 경찰이 즉시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3월1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뒤, 헌재 주변 지지자 집회가 극단적인 폭력성을 띠며 참여자 4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사건의 핵심은 주최 쪽 ‘선동’이었다. 당시 집회 무대 위에서 “무조건 돌격. 오늘 헌법재판소가 죽든 우리가 죽든 돌격”을 외치면서 집회의 폭력적인 양상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한 참가자가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받아 틈을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본격적으로 헌재 쪽으로 향하려 몰려들었다. 뚫고 가려는 지지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관 사이에 큰 몸싸움이 일었다. 그날 낮 12시28분께 이 과정에서 경찰방송 차량 위에 있던 철제 스피커가 참가자 머리 위로 떨어져 사망했다. 몰려든 참가자들 사이에 짓눌린 3명도 목숨을 잃었다.

ㄱ씨는 “8년 전 일을 반면교사 삼아 유혈사태만큼은 없어야 한다”며 “유족으로서 내는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가서 닿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ㄱ씨는 “헌재 판결에 불만이 있어도 존중해달라”며 “만일 불복한다면 국민들은 이제껏 외친 여러분들의 주장들을 들어주지도, 관심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에 부상자가 발생한다면 빨리 이송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ㄱ씨는 “당시 헌재 일대에 응급차가 부족했고 시위대에 가로막혀 이송이 늦기도 했다”며 “시위대 모두가 무사 귀가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안전과 관련해 적극적인 조처를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겨레

이유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