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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폭망했다] ③ | 루빗 이준영·딥플랜트 김철범
창업 실패 후 우울증, 루틴으로 극복… 앱으로 사업화
10번의 창업 경험, 멘토링하다가 11번째 아이템 만나

창업에 있어 실패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이 성공하기까지 겪는 실패 경험은 약 2.8회. 3번은 실패해야 성공도 따라온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재창업이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조선비즈는 실패를 딛고 일어선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실패’의 가치를 조명한다. 창업가들은 실패하며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재기에 성공했을까. [편집자 주]

“실패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의 사업 아이템 자체도 첫 창업에 실패하면서 떠올린 것이죠.”


현재 두 번째 창업에 도전 중인 이준영 루빗 대표. 그는 첫 창업 실패 후 우울증을 겪은 것을 계기로 2021년 루틴 관리 앱 '루빗'을 출시했다. /현정민 기자

‘창업 재수생’ 이준영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 씨의 첫 도전은 2019년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수업보다 창업 동아리 활동에 더 적극적이었다. 동아리 회원 17명과 야심차게 창업에도 뛰어들었다.

첫 아이템은 소상공인과 광고대행사를 연계해 주는 중개 플랫폼. 광고대행사로부터 부당 계약을 강요당하는 대학가 술집 사장님들의 애로에 착안, 신뢰할 수 있는 광고대행사를 알선해 계약서 표준을 제공해 주는 사업을 구상했다고 했다.

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 채 일에 매달렸지만, 개발을 전적으로 외주업체에 맡긴 탓에 제대로 서비스 출시조차 못 하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플랫폼 사업은 수시로 기능을 업데이트해 내놔야 하는데, 외주업체의 일정에 따라 기약 없이 출시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루틴관리 앱 '루빗' 화면. 자신이 설정한 루틴을 달성하면 당근을 받아 자신의 방을 꾸밀 수 있다. /루빗 앱 캡처

실패로 돌아온 우울증, 극복하는 과정이 재창업 단초
돌아온 것은 극심한 우울증과 번아웃(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갑자기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증상)이었다. 학업도 중단한 채 침대에만 누워 지내던 그를 일으킨 것은 루틴 관리.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기상해 인증 사진을 올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후 이불 정리, 스트레칭 등 점차 루틴을 늘려가며 3개월 만에 우울증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을 기반으로 2021년 만들어낸 것이 루틴 관리 서비스 ‘루빗’이다. 매일 루틴을 완료하면 당근을 받아 토끼 캐릭터 ‘루빗’의 방을 꾸밀 수 있도록 하는 이 서비스는 현재 누적 사용자 200만명을 달성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 씨는 재창업해 루빗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창업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루빗을 출시한 직후부터 사용자 수가 10만명으로 빠르게 늘어난 약 1년의 시간 동안 확신이 없었다면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실패를 통해 어느 때보다 창업에 대한 의지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철범 딥플랜트 대표는 "리스크를 줄이려면 공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부터 매년 100건 이상의 강의와 세미나에 참여 중이다. /현정민 기자

카메라 방수 케이스, 반려견 드라이기, 전자책… 안해본 게 없다
꼭 맞는 창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무려 10번의 실패를 거친 김철범 씨도 있다. 그는 특수 장비부터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기를 반복했다. 금융 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된 적도 있다.

첫 창업은 2001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수장비를 수입하는 회사에 근무하며 스킨스쿠버 강사로도 일하던 김 씨는 2001년 친구와 전 재산을 털어 디지털카메라용 방수 케이스 회사를 만들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당시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납품 계약까지 체결하며 단숨에 성장 가도에 오르는 듯했지만, 매출 부진으로 1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2003년에는 온도·빛 조절 기능이 탑재된 반려견 드라이기를, 2006년에는 특수장비 수출을 시도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 2008년에는 모든 국내 사업을 접고 미국으로 이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퀴즈노스(Quiznos)’를 창업하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주 타깃층인 중상위층 직장인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약 3년 만에 가게를 모두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수중에 남아 있는 전 재산은 20달러(약 3만원) 남짓이었다.

2010년 도전한 전자책 사업은 첫 4년간은 성적이 좋았다. 콘텐츠 기획력을 인정받아 다수의 출판기업과 협업도 진행했다. 그런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소비자들이 전자책을 다운받는 대신 실시간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폐업 절차를 밟아야 했다. 김 씨는 “이렇게 단번에 세상이 바뀔 줄 몰랐다”고 했다.

반복된 창업 과정에서 김 씨는 학습의 중요성을 절감, 닥치는 대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사비를 들여 미국 예일대 출판인 최고경영자 단기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데이터 수집 카메라로 육류의 단백질과 지방 데이터를 추출하는 모습. 부위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압과 초음파, 수온을 조절하는 딥에이징 기술을 활용해 육질을 최적화할 수 있다. /딥플랜트 제공

끊임없이 공부하고 소통해야 성공… ‘준비된 실패’는 달라
이런 창업 경험을 멘토링하던 김 씨는 업체 측 요청으로 육가공 공장 컨설팅을 진행하던 중 육류를 빠르게 숙성해 부드러운 육질로 만드는 딥에이징 기술을 떠올렸다. 김 대표에 따르면 숙성은 육질을 결정짓는 절대적 요인. 부위별로 적절한 숙성 정도를 적용할 수 있다면 소비자가 찾지 않는 비선호 부위에 대한 수요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시장 분석을 기반으로 전략을 구상하니 다양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2019년 첫발을 뗀 딥플렌트는 지난해 매출 약 20억원, 누적 투자액은 약 5억원을 각각 달성할 수 있었다. 보유 특허도 9건이다. 현재 농협 등 유통사에 자체 기술을 적용한 육류를 납품 중이다.

“창업에 성공하려면 일단 공부해야 해요. 세미나, 콘퍼런스도 수시로 가고 다양한 업계 관계자를 만나 시야를 확장해야 합니다. 실패 원인, 업계 방향성, 소비자 애로 연구에 매달리고 이걸 반복해야만 성공할 수 있어요.”

김 씨는 20여 년간 10번의 실패 경험과 중간중간 쌓아 올린 공부의 힘 덕에 11번째 사업 아이템을 만났다고 확신한다. 그는 “대책 없이 마주한 실패와 만반의 준비 끝에 맞이하는 실패는 전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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