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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발표할 때 사용한 차트에 한국의 관세가 25%(빨간 네모 안)로 표기돼 있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의 관세율은 26%다. 백악관은 “행정명령(26%)을 따르는 게 맞다”면서도 혼선이 발생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AP=연합뉴스]
자유무역 시대가 저물고 있다.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최소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으로 지목한 67곳에는 징벌에 가까운 고율의 관세를 통보했다. 최소 10% 관세는 5일, 나라별 차등관세는 9일부터 적용된다.

72년간 혈맹 관계를 유지해 온 한국은 최악의 침해국 범주에 포함되면서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물품에 26%의 관세를 부과받는다. 이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는 물론,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핵심 동맹국 중에서도 가장 높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비관세 장벽 등을 감안해 한국의 대미 관세율을 약 50%로 산출하고, 절반에 해당하는 관세를 책정했다고 했다. 미국의 공식적인 위협국인 중국이 34%로 높은 관세율을 부과받았다. 중국에는 기존의 20% 관세에 상호관세가 추가되기 때문에 실제 관세는 54%가 된다. 이 밖에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일부 국가와 품목에 한정됐던 관세전쟁의 전선이 전 세계로 확대된 셈이다. 미국이 주도했던 자유무역체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정인 동시에 신(新)보호무역주의 시대로의 중대한 전환점이다.

3일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76% 하락해 2500선이 깨졌다. 일본 닛케이225는 한때 4.5% 급락했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3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세로 출발하며 경기침체 우려의 경종을 울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해 9월 10일 이후 7개월 만에 장중 최저점을 찍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개장 직후 전날보다 4.24% 급락했다. 미국 산업 동향계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오전 한때 전장보다 2.85%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업체 피치의 올루소놀라 연구원은 “높은 관세에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72년 동맹서 ‘최악 침해국’ 된 한국…미 FTA국 최고 세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왼쪽 둘째)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미국 상호관세 대응 긴급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총리실]
한국국제통상학회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향후 한국의 대미 수출품 관세율은 26.2%로 상승한다. 그간 한국은 2012년 발효된 한·미 FTA로 평균 0.2%의 실효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덕분에 주요 경쟁국에 비해 가격경쟁력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상호관세 26%가 더해졌다. EU의 관세율은 한국보다 높은 1%였는데, 이번 상호관세가 20%로 정해지면서 총 21%로 한국보다 5.2%포인트 낮아졌다. 일본 역시 기존 1.4%를 더해 총 25.4%다. 일본과 EU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한국보다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은 점이 뼈아프다. 이젠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이들 국가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 한국은 미국과 새로운 통상 협정을 체결해야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국가적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글로벌 통상 전쟁이 격화하고 있어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1기 때 미국과의 협상에 참여했던 한 통상 관료는 “트럼프 행정부는 톱다운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적인 소통이 중요한데, 한국의 리더십 부재는 통상에서 치명적인 부분”이라고 전했다.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이 중복관세를 피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반도체도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빠지며 한숨을 돌렸다. 문제는 미국을 향하는 수출만이 전부가 아니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한국과의 교역 비중이 큰 중국·베트남·인도 등이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것이 걱정”이라고 짚었다. 중간재 수출 부진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관세전쟁의 충격은 다양한 경로로 한국 경제의 약한 부분을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환율 변동 폭이 커지면 기업엔 부담이다. 수출·내수 동반 위축은 고용 불안을 야기한다. 가처분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물가까지 뛰면 내수 둔화의 골은 더 깊어진다.

일단 정부는 대미 무역흑자 축소 노력, 한·미 FTA 체결 취지 등을 강조하며 설득에 나설 전망이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안마다 개별 대응하기보다는 우리가 풀어낼 수 있는 비관세 장벽은 무엇인지, 미국산 수입을 증가시킬 수 있는 품목은 무엇인지 총체적인 패키지를 정교하게 구성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위상, 향후 대미 투자 계획 등도 앞세울 수 있는 무기”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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