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설] 위대한 승복

랭크뉴스 2025.04.04 05:20 조회 수 : 2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은 정계선, 문형배,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정미 헌법재판관, 윤석열 대통령, 이미선, 김형두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오늘 대한민국 역사의 한 장이 넘어간다. 국회의 탄핵소추 이후 111일 만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동안 나라는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경제는 곤두박질쳐 서민의 삶에 그늘이 짙어졌다. 오늘은 국가적 위기를 끝내는 날이자 정치·사회적 혼란에 종지부를 찍는 날이어야 한다.

민심의 갈등이 전례 없이 심각하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보다 찬반 대립이 더 극심해졌다. 이미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겪었지만,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테러 위협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헌재 결론에 대한 불복이 과격해지면 선고 당일 4명이 숨졌던 8년 전보다 더 큰 충돌과 피해까지 우려된다.

우리 정치는 8년 전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 제왕적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한을 줄이는 개헌이나 권력구조 개편을 이뤄내지 못했다. 진보·보수 정권이 교차했지만 정치 보복과 진영 대립은 격화했다. 선거에서 ‘상대 진영’을 누를 수만 있다면 ‘우리 진영’의 후보를 무조건 지지한 결과가 오늘이다.

국민을 편 가르며 적대적으로 공생해 온 정치권은 여전히 국민을 패배의 길로 내몰려 한다. 비상계엄으로 국정 공백과 분열을 초래한 윤 대통령은 승복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줄탄핵을 강행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헌재 선고 이후 분열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드는 세력이 있다면 바로 그들이 민주사회의 주적(主敵)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국민이 흘린 피로 일군 성과였다. 그래서 이 혼란의 끝도 국민이 선언해야 한다. 그 방법은 바로 승복이다. 헌재의 판결은 단심제(單審制)다. 뒤집을 수 없는 최종 결정이다. 누구에게도 면제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되는 ‘법의 지배(rule of laws)’가 법치다. 헌재의 결론을 수용해야 하는 이유는 반드시 그 결론이 완전무결해서가 아니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합의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탄핵 찬반 세력은 그동안 충분히 의견을 주장했다. 모두 나라를 위하는 심정이었으리라 믿는다.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하는 ‘기적의 여정’에도 함께했을 것이다. 탄핵심판 이후 불복으로 인한 혼란과 파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 ‘위대한 승복’으로 통합을 향해 다시 일어설 것인가. 오늘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502 제주 고교 교사 "4·3 유전자" 발언 논란에 학교 측 "깊이 사과" 랭크뉴스 2025.04.12
47501 ‘中의 흙수저’가 던진 ‘BYD 쇼크’, 주유하듯 5분 충전에 400km 달려[글로벌 현장] 랭크뉴스 2025.04.12
47500 백악관이 오바마 초상화 떼고 로비에 건 그림 정체는? 랭크뉴스 2025.04.12
47499 산불 성금 1300억원 모였다···정국 10억, 임영웅 4억 기부 랭크뉴스 2025.04.12
47498 尹 가르고 나타나는 明? 디플로맷, ‘유력 주자’ 이재명 조명 랭크뉴스 2025.04.12
47497 광명 붕괴사고 하루 경과…악천후 속 실종자 수색작업 총력 랭크뉴스 2025.04.12
47496 명동 대신 성수, 북촌 대신 은평?…"카페투어하러 한국 와요" 랭크뉴스 2025.04.12
47495 토종 OTT, 글로벌 태풍에 맞설 날개와 비행법 찾을까 [김희경의 컬처 인사이트] 랭크뉴스 2025.04.12
47494 민주 "尹, 개선장군 행세하며 '퇴거쇼'…퇴근시간 퍼레이드 민폐" 랭크뉴스 2025.04.12
47493 한덕수·토허제·명태균?…오세훈 '돌연 불출마'에 경선 구도 '출렁' 랭크뉴스 2025.04.12
47492 젤렌스키 "우크라 참전 중국인 최소 수백 명"…연일 中 참전설 제기 랭크뉴스 2025.04.12
47491 상관 폭행하고 “야 이 XX야” 모욕…육군 내 하극상 징역형 랭크뉴스 2025.04.12
47490 이재명 후원회 출범...회장은 '비상계엄 저항한 5·18 유가족' 랭크뉴스 2025.04.12
47489 2030 "얼어 죽어도 미국장"…코스피∙코스닥 '고령화 증시' 랭크뉴스 2025.04.12
47488 강원 고성 DMZ 산불 재발화… 헬기 2대 투입 랭크뉴스 2025.04.12
47487 이재명 캠프 선대본부장에 윤호중…총괄본부장 강훈식 랭크뉴스 2025.04.12
47486 AI가 예측해 본 트럼프 [창+] 랭크뉴스 2025.04.12
47485 이재명 후원회 출범… 후원회장에 ‘비상계엄 저항한 5·18 유가족’ 김송희씨 랭크뉴스 2025.04.12
47484 오세훈 돌연 대선 불출마 선언 “백의종군”…기자회견 풀영상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4.12
47483 ‘피고인 윤석열’ 법정 촬영 불허…박근혜 때는 허가 랭크뉴스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