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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한 쪽방촌에 수증기로 더위를 식혀주는 ‘쿨링포그’가 나오고 있다. 한수빈 기자


“여기서 죽어나갈까봐 그게 제일 무서워요.”

벌써 3년째 창문도 없는 고시원에서 홀로 살고 있다는 A씨(67)가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는 기약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었다. A씨는 지난해 9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거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매입임대주택 입주를 신청했다. 올해 1월에서야 대기번호 154번을 받았다. 대기번호 5번은 입주하는 데 통상 2년이 걸린다고 했다. 앞으로 60년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다. 그는 통화에서 “뉴스에선 맨날 매입임대 늘린다고 하는데,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하소연 했다.

윤석열 정부 3년간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매입임대물량과 공급 모두 4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취약계층 물량이 전체의 10% 이하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거복지 제도인 매입임대주택을 건설경기 부양책·주택 공급용으로만 활용하며 취약계층을 소외시켰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3일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H가 매입한 기축·신축 임대주택 총 3만8886호 중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일반’ 물량은 전체의 9.6%인 3738호에 그쳤다. LH 매입임대주택의 유형은 일반, 청년, 기숙사형, 신혼·신생아Ⅰ·Ⅱ, 다자녀, 고령자, 든든전세 등으로 나뉜다.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한부모 가족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유형이 바로 ‘일반’이다.

2021년 매입 임대 물량은 2만4162호에서 지난해 3만8886호로 60.9% 늘었으나 취약계층 대상 물량은 2021년 6572호에서 지난해 3738호로 3년 사이 4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에서 취약계층 대상 물량은 2021년 27.2%에서 2022년 28%, 2023년 24.7%, 지난해 9.6%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LH는 4만호에 가까운 임대주택을 공격적으로 사들였지만, 정작 살 곳이 절실한 주거 취약계층에게는 혜택이 덜 돌아간 것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서울 은평구 신축매입임대 주택공급 현장을 방문해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등과 함께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해당 현장에서 지어지는 신축매입임대는 신혼 Ⅱ 유형으로 공급되며 오피스텔 12호, 아파트 50호로 건축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임대주택 매입뿐 아니라 실제 공급 단계에서도 취약계층이 소외되는 건 윤 정부 내내 심화했다. LH의 매입임대주택 공급 추이를 보면, 취약계층을 위한 일반 공급은 2021년 1만1886호에서 2022년 1만897호, 2023년 7838호, 지난해 7059호까지 떨어졌다. 불과 3년 사이 40.6% 급감한 것이다. 이 기간 전체 매입임대주택 공급량도 2만8291호에서 2만1719호로 23.2%로 줄었지만, 취약계층 공급이 더 가파르게 줄었다. 취약계층의 매입임대주택 입주가 점점 더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매입임대 제도를 주거 복지용이 아니라 건설 경기 부양책, 주택 공급용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신축 오피스텔 등을 중심으로 임대주택을 매입하다보니 도심의 주거 취약계층 보호라는 원래 취지는 약해지고, 신혼부부·청년 또는 전세형 임대주택 위주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1년 LH가 사들인 매입임대주택 유형 중 신혼·신생아Ⅰ·Ⅱ, 청년, 전세형 유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물량의 70.8%였는데 지난해에는 87.9%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사회초년생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LH 관계자는 “지난해 청년·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을 적극 매입하다보니, 일반유형 매입호수가 감소했다”면서도 “다만 청년 유형의 경우 50%는 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우선 입주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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