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내수 갉아먹는 부동산 부채
3일 열린 한국은행·금융연구원 공동 정책 콘퍼런스에 이창용 한은 총재(가운데)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총재 왼쪽)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와 정치적 상황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경기를 부양하더라도 (부동산 금융 때문에) 지난 3년간 이뤄온 가계부채 비율 축소 성과가 너무 악화하지 않도록 다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3일 한은과 금융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부동산 금융 관련 정책 콘퍼런스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대담하면서 가계부채 비율 축소를 장기적 과제로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의 멤버이기도 한 금융당국 수장들이 공개석상에서 토론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만 보더라도 경기가 좋으면 괜찮지만, 안 좋을 땐 완전히 죽는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금융사가 부동산 대출을 할 때 사업성 평가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차준홍 기자
이 원장도 “이제 대출의 부동산 쏠림 완화는 금융사에도 위험관리 차원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당국도 부동산 쏠림을 막기 위해 위험가중자산(RWA) 운용 기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를 어떤 형태로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부동산 빚을 경계하는 건 개인과 기업이 금융권에서 빌린 돈 절반 정도가 부동산에 쏠려있어서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와 기업(부동산·건설업 대출)의 부동산 신용(빚)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932조5000억원으로 전체 민간(개인+기업)신용의 약 절반(49.7%) 수준이다. 가계와 기업의 부동산 신용은 2014년 이후 최근 10년간 연평균 100조5000억원(8.1%)씩 빠르게 늘어났다. 2013년 말과 비교하면 지난해 부동산 신용 규모는 약 2.3배로 불어났다.

김주원 기자
가계와 기업이 유독 부동산 관련 빚을 내는 배경엔 부동산 자산의 높은 투자 수익률이 꼽혔다. 부동산 가격이 다른 자산에 비해 더 많이 상승하자 가계는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하는 것)’해 집을 사고, 기업도 부동산과 건설업에 진출하기 위해 큰 빚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과 건설업은 초기 투자금을 빚으로 해결한다. 여기에 안정적 이자 이익을 원하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선호하면서 부동산 관련 빚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비은행과 정책금융도 느슨한 규제를 우회해 부동산 관련 대출을 확대했다.

부동산 대출 확대는 자본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등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경고다. 특히 대내외 충격에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담보 가치가 떨어져 금융사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민간 소비와 투자가 제약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융연구원은 부동산 금융이 확대되지 않도록 부동산 관련 대출의 규제를 더 촘촘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부동산 대출에 대한 은행의 위험가중치를 높이고 신용공여 한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임대업자의 RTI(임대이자보상배율) 같은 현행 규제를 강화하고,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관련 리스크를 확대 반영한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이러한 규제는 금리상승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금융사 상생 금융 등을 통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576 '나무 심는 날'에 산불 최다...식목일 기념 행사 줄줄이 취소 랭크뉴스 2025.04.04
43575 車 관세 발표 하루 만에… 트럼프 “반도체 관세도 곧” 랭크뉴스 2025.04.04
43574 한미일, 中겨냥 "대만 주변 군사훈련 우려…불안정 행위 중단 촉구" 랭크뉴스 2025.04.04
43573 애순과 관식 같은 부모는 판타지... "부모는 희생해야 한다" 강박 버려라 랭크뉴스 2025.04.04
43572 [속보] 헌법재판관 8명 차례로 출근 중... 선고 직전 마지막 평의 랭크뉴스 2025.04.04
43571 트럼프 상호관세, 글로벌 금융시장 '강타'…美증시 최대 타격(종합2보) 랭크뉴스 2025.04.04
43570 [인터뷰] 조태열 "상호관세 협의가능…민감국가 발효전 해제 쉽지 않아"(종합) 랭크뉴스 2025.04.04
43569 “‘분열’ 마침표 찍어야…정치권 반성이 통합 출발선” 랭크뉴스 2025.04.04
43568 고위험 분만 느는데…“진료할 젊은 의사 없어” [취재후] 랭크뉴스 2025.04.04
43567 헌재가 부른 ‘유일한 증인’…조성현 발언 어떻게 판단할까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4.04
43566 미 주가 폭락, 5년 만에 최악 하루…트럼프 “호황 누릴 것” 랭크뉴스 2025.04.04
43565 불법 계엄 마침표... 민주주의와 법치 회복의 날 돼야 랭크뉴스 2025.04.04
43564 72년 혈맹서 '최악 침해국' 된 한국…美 FTA국 최고 세율 [view] 랭크뉴스 2025.04.04
43563 트럼프, 자동차 관세 발효되자마자 "반도체 관세 아주 곧 시작" 랭크뉴스 2025.04.04
43562 여야 희망사항을 예측처럼 주장했다…지라시만 남은 세 달 랭크뉴스 2025.04.04
43561 美, 한국 상호관세율 25% 확정… 트럼프 발표대로 행정명령 수정 랭크뉴스 2025.04.04
43560 선고 당일 긴장감 최고조…전국 경찰 ‘갑호비상’ 발령 랭크뉴스 2025.04.04
43559 헌재, 오전 11시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9시30분 마지막 평의 랭크뉴스 2025.04.04
43558 "직원 6명 관뒀는데…" 헌재 앞 상인들 '좌표찍기'까지 당한다 랭크뉴스 2025.04.04
43557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 파면' 전국서 손글씨 '주문' 릴레이 랭크뉴스 202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