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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부산항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각) 한국을 겨냥한 고율의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수출 분야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대미 수출 성장을 뒷받침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미국산 쌀·소고기 등의 국내 시장 개방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미 백악관이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보면, 한국에 적용된 상호관세율(26%)은 미국이 상호관세를 매기기로 한 전세계 57개국 중 35번째로 높다. 주요 수출국 가운데 베트남(46%), 중국(34%), 대만(32%), 인도(27%) 정도가 한국에 견줘 높은 관세를 맞았고, 일본(24%), 유럽연합(20%) 등은 우리보다 낮다.

특히 미국이 현재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멕시코·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호주)·싱가포르 등 20개국 중에선 한국의 관세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주요국 중 대미 무역흑자 규모 8위인 한국이 트럼프 관세의 핵심 공격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2012년 발효해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9년 한 차례 개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이번 조처로 13년 만에 사실상 무력화된 것으로 진단된다. 미국이 협정문 23.2조의 ‘국가 안보를 위해선 협정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근거 삼아 상호관세 부과를 밀어붙이리라 예상돼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무역적자가 안보와 경제에 위협이 된다”며 미 국가비상경제권법을 토대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트럼프 1기 당시엔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콕 짚어 재협상하자고 요구했으나, 이번엔 협정을 아예 무시하고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를 상대로 ‘묻지마 관세 때리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오는 9일 국가별 상호관세가 실제 시행되면 국내에 들어오는 미국산 수입품은 계속 무관세를 적용받고, 한국의 대미 수출품만 관세율이 기존 0%에서 26%로 폭등할 전망이다. 품목별 관세가 매겨진 철강·알루미늄·자동차(이달 3일부터) 등도 관세율이 이미 25%로 대폭 올라간 상황이다. 연간 187조원(지난해 기준) 남짓을 수출하는 한국의 2위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현지 생산 제품과 한국보다 낮은 관세를 맞은 국가의 제품에 견줘 한국산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 관세율 인하를 위한 미국 정부와의 후속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농산물 등 국내 시장을 겨냥한 개방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정책을 발표하며 쌀·자동차·소고기 등 특정 품목 교역을 한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의 사례로 언급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산 쌀에 높은 관세를 매기고 지엠·포드 차를 적게 사는 등 미국을 차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보다는 한국에 부과된 상호관세 및 품목별 관세 완화를 위한 대미 협상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미국의 명확한 메시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라는 것”이라며 “우리가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에 견줘 정책 대응 여력이 취약한 만큼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을 보고 차분하게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금융학)는 “미국이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높은 관세를 요구하고 있고, 트럼프 지지층의 관세정책 찬성 여부도 변수인 만큼, 현실적으로 상호관세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덜컥 파편적인 협상 카드를 남발하면 자승자박이 될 수 있으니 국내 정치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고 미국과 안정적이고 신중하게 협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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