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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온 편지]
2일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지역에서 어린이들이 크게 기울어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건물 옆을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얀마 중부 사가잉을 진원으로 하는 규모 7.7 강진 발생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로 고통받은 미얀마인들의 삶에 또다른 시련이 닥쳤다. 쿠데타 뒤 한겨레에 미얀마 현지 소식을 편지 형식으로 전했던 천기홍 부산외대 특임교수가 강진 뒤 미얀마 상황을 전해왔다. 천 교수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거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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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양곤 대학교에서 동료 선생님들과 점심 식사 후 평온한 시간을 가지는 순간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바닥이 심하게 흔들립니다. ‘지진’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노트북과 가방을 들고 그냥 뛰쳐나갔습니다. 바깥에 서있는 동안에도 바닥이 움직입니다. 순간 핸드폰 지진 앱에서 만달레이 지역 규모 7.7이라는 경고가 울립니다. 처음에는 만달레이와 가까운 중부 사가잉 지역을 진원으로 한 이번 규모 7.7의 지진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몰랐습니다. 10분 남짓 지나 에스엔에스(SNS)에 만달레이 지역에서 사람들의 비명과 건물들이 붕괴되는 영상을 접하는 순간 3주 전 만달레이 출장을 다녀온 기억이 떠오릅니다. 미얀마에서 한국어 능력평가 시행 책임을 맡고 있어 한국행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600㎞나 떨어진 양곤이 아닌 만달레이에서도 시험을 칠 수 있도록 3박 4일간 방문하여 접수를 받았습니다.

군부 쿠데타와 내전 4년 차 그간 어려운 고비 속에서 안정과 활기를 되찾으려 노력하던 어린 학생들의 밝은 표정을 보면서 참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닥쳤습니다. 그 학생들이 무사하길 기도하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밀려옵니다.

하루가 지나고 군정은 144명이 사망하고 15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지만 믿을 수 없습니다. 도심에만 170만 명이 거주하고 주변 지역까지 확대하면 700만 명이 모여 사는 제2의 인구 밀집 지역이 폐허가 되었는데 피해는 훨씬 크겠다 예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나흘이 지난 1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최고 사령관이 국영방송 연설에서 사망자가 2719명에 이른다고 말했습니다. 이것도 군정의 발표이기에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통신은 끊어지고 정전은 양곤까지 여파를 입혔습니다. 낮에는 한낮 기온이 40도를 웃돌고 밤엔 30도를 넘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가장 더운 계절에 지진 피해까지 겹치는 암흑의 밤을 보내면서 내가 흘리는 땀과 두통은 피해지역 이재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 불평불만도 할 수 없습니다. 며칠 전 만달레이 교민분께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영상에서 나오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길가마다 건물은 쓰러져 있고 그나마 서있는 건물들도 군데군데 균열로 언제 붕괴될 지 몰라 들어갈 엄두도 못 내어 밤새 차에서 잠을 이루고 현지인들은 길바닥에서 새우잠을 청한다고 합니다.

만달레이 출장 마지막 날 동행했던 선생님들과 수고의 의미로 시내 고급 빌라 12층 루프탑 식당에서 식사를 했던 건물 붕괴 소식을 접했습니다. 대략 800세대가 거주하는 대형 건물이 붕괴된 영상을 보면서 매몰된 수만 100명이 넘겠다는 예상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강진은 만달레이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남쪽으로 270킬로 떨어진 수도 네피도와 인근 도시들도 처참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 전 함께 정부 사업을 했던 미얀마 공무원과는 가까스로 메신저로 연락이 됐습니다. 행정수도인 네피도에 있는 공무원 사택들도 대부분 내려앉아 희생자는 셀 수 없을 정도고 정부 부처 건물, 쇼핑센터 등 제대로 성한 건물이 없다고 합니다. 도로도 종잇장처럼 갈라지고 구겨져서 접근도 어려워 구호물자를 보내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구조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희생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 같습니다. 이미 인근 화장터에는 시신이 쌓여 바깥에서 목재로 화장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우려한 대로 에스엔에스에 전파되는 영상에서는 붕괴된 건물에서 서서히 시신 부패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전염병 확산도 우려됩니다. 곧 있을 4월 13일부터 20일까지는 신년 연휴 ‘띤잔’기간으로 미얀마의 가장 큰 명절이자 물 축제 기간입니다. 물을 신성시하는 미얀마 사람들은 이 시기 서로에게 물을 뿌려주며 그동안의 액운을 씻어내고 새로운 복을 기원하는 축복의 장을 마련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쿠데타와 코로나 여파로 4년간 침체기를 겪은 국민들에게 올해는 조금이나마 기지개를 켜는 띤잔이 되길 바랬습니다. 양곤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은 잴 수도 없을 슬픔의 무게에 짓눌린 탓인지 지진 이야기를 애써 외면하며 선택적 망각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국제적 원조와 도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양곤/천기홍 부산외대 미얀마어과 특임교수(양곤대 미얀마어 박사과정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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