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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에서 18%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면 서울, 경기는 어떻겠나. 상상도 하기 싫다.”

야권이 약진한 4·2 재·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한 말이다. 2일 벌어진 5곳의 기초단체장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 3곳 (경남 거제시장, 충남 아산시장, 서울 구로구청장), 조국혁신당 1곳(전남 담양군수) 등 야권이 4곳에서 당선된 데 반해 국민의힘은 1곳(경북 김천시장)을 건지는 데 그쳤다.

특히 여당은 텃밭인 거제시장 재선거에서 18.6%포인트 차이(변광용 더불어민주당 후보 56.75%, 박환기 국민의힘 후보 38.12%)로 완패했다. 민심 바로미터로 불리는 충남의 아산시장 재선거에서도 17.6%포인트 격차(오세현 민주당 후보 57.52%, 전만권 국민의힘 후보 39.92%)로 졌다. 탄핵반대 집회를 이끈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이 지원 유세에 나선 부산교육감 보궐선거에서도 보수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며 진보 김석준(51.13%) 후보가 과반을 획득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 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선거인 이번 재·보선은 실질적인 바닥 민심을 확인할 가늠자였다. 이 때문에 여당은 사실상 1대4로 참패한 선거 결과를 놓고 적잖게 동요했다. 수도권 지역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이건 걱정하거나 우려할 차원이 아니라 의원들이 단체로 석고대죄하며 여론에 호소해도 모자랄 수준”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는 입장을 냈다. 다만 지도부 내부 반응은 묘하게 엇갈렸다. 박형수 원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참담하다. 거제시장과 아산시장은 박빙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차이로 졌기 때문에 분석·재정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패배가 아니다. 탄핵 국면이라는 정치적 상황과 선거 캠페인에 집중할 수 없었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야권 후보끼리 대결한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 결과를 두고도 여권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당 텃밭인 담양군수 선거에서 정철원 조국혁신당 후보가 민주당 이재종 후보를 3.7%포인트 차이로 꺾고 당선되자 “호남에서 이재명에게 철퇴를 내린 것으로, 반(反)이재명 정서가 입증됐다”(영남 재선)는 반응이 나왔지만, “해당 지역은 어차피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80% 이상 득표할 가능성이 크다. 불리함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비례 초선)는 현실론도 적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이번 재·보선 결과는 탄핵심판을 앞두고 조기 대선에 대비해야 하는 여권에게 광장 여론의 반발과 이탈을 최소화하면서 중도 확장으로 유턴하는, 쉽지 않은 숙제를 던졌다는 평가다. PK(부산·경남)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광장 집회가 계엄 사태 이후 보수 진영을 결속해 궤멸을 막은 건 사실이지만, 계속 광장 여론에만 취해 있으면 대선은 필패”라고 했다.

일각에선 재·보선 패배로 매를 먼저 맞은 게 외려 여당에 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일부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여권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아예 부정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선거를 통해 위기감을 피부로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능 두 달 전에 낙제점에 가까운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은 것”이라며 “여당은 반(反)이재명 진용을 두텁게 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을 극복하고 중도층까지 포섭하는 대선 주자를 내세워야 하는, 고난도 과제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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