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여성위 성명…여성단체는 수사 결과 발표 촉구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숨지면서 성폭행 혐의(준강간치상)에 대한 경찰 수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커지자,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공식 기록에 남기거나 공개하라는 촉구가 잇따르고 있다. 피의자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면, 범죄 사실을 명확히 밝히기 어려워 피해 회복이 어렵게 될 거란 우려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는 3일 성명을 내어 “피의자 사망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는 도구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며 “수사기관은 확보된 진술과 자료를 바탕으로 혐의 존재 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해 피해 사실이 인정된다는 점을 수사보고서 및 종결 문서에 명확히 기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사건 종결 과정에서 피해자 의견을 청취하고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는 법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영국에서는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수사를 종결하지 않고 경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피해자가 희망하는 경우 사건 재심사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번 사건과 유사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수사 및 기록 원칙을 제도화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도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피해자는 9년이라는 시간 끝에 고소를 결심했고 세 차례 경찰 조사에 임하며 문자메시지, 사진·동영상, 국과수 감정 결과서, 피해 직후 상담 기록 등 ‘객관적 증거’를 제출했지만 장 전 의원은 3월 28일 한 차례 피의자 조사 뒤 사망했다”며 “(피의자의 죽음으로) ‘가해 사실’과 ‘피해자의 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폭력을 가능하게 했고, 오랫동안 고소를 망설이게 했으며, 피해자가 용기를 내 고소한 뒤에도 의심과 비난을 받게 하고, 사망한 뒤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위력에 대한 제동이 필요하다”며 “경찰은 지금까지 수사 결과를 종합해 피의자의 혐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두 단체는 “마치 성폭력 피의자로 수사 중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없었던 듯 장례가 진행되고 있다”며 “아무 일도 없었는가’라고 되물었다. 직무 정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정진석 비서실장을 통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고 애도를 표하고, 박형준 부산시장·유승민 전 의원 등 여권 정치인들의 조문과 공개적인 추모 메시지가 이어지는 데 대한 비판이다. 이들은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조문과 추모는 피해자에게 사라지지 않는 권력을 재확인하게 할 뿐”이라며 “피해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