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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고옥임 할머니가 딸 우효순 씨, 손주들과 찍은 사진(제공 : 우효순)

우리나라 노인들은 '웰다잉'(Well-Dying),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 '고통 없이, 가족과 함께, 집에서 맞는 임종'이라고 답했습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 그러나 현실은 크게 다릅니다. 많은 노인들이 낮선 병원, 시설에서 만성질환에 시달리다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합니다.

건강보험공단이 분석해 보니, 사망 장소로 가장 비율이 높은 건 의료기관(72.9%)이었습니다. 자택은 14.7%에 불과했습니다. 한국은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이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어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인프라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이 방문해 임종까지 케어하는 서비스가 일부 시행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 엄마와 집에서 함께한 마지막…"선물 같은 시간"

우효순 씨의 어머니가 거동을 못 하게 된 건 지난해 4월입니다. 아프던 무릎이 더 안 좋아졌습니다. 유방암 수술 후 생긴 어깨 통증도 심해졌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한사코 병원에 입원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집에 온 의사에게는 "난 이제 90살이 넘었다. 내 형제들도 다 떠났다. 빨리 떠날 수 있게 주사가 있으면 놔달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어머니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우 씨는 "엄마를 사랑하는데, 그 고통의 기간을 늘려주고 싶진 않았다"고 합니다.


우 씨는 엄마의 '재택 임종'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방 한쪽에 의료용 침대를 놓고, 누워서도 고개를 돌리면 볼 수 있는 위치에 옛날 사진 여러 장을 붙였습니다. 애지중지하던 손주와 찍은 사진, 여행지에서 딸과 찍은 사진 속에서 어머니는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임종까지 엄마와 함께한 넉 달은 우 씨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엄마는 그간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우 씨는 "제가 엄마한테 함부로 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그거 다 용서해달라고 청했더니 너는 정말 잘했다고, 오히려 엄마가 잘못한 거 있으면 용서해 달라고 해서 엉엉 울었다"고 말했습니다.

■ 통증 조절·욕창 관리…"삶의 질 높이는 게 목적"

엄마의 재택 임종이 가능했던 건 지자체와 동네 병원이 연계된 '재택의료 서비스' 덕분이었습니다.


가까운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집에 찾아와 '임종 케어'를 제공했습니다. 엄마의 어깨 통증을 완화하기 진통제를 처방하거나 패치를 붙여줬습니다. 욕창 부위를 소독하고,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임종 케어는 완치적 치료가 아니라 임종 전 삶의 질을 높이는 걸 목표로 합니다.

엄민정 인천평화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간호사는 "제가 머리를 감겨드리고 빗질까지 해드렸더니 너무 시원하고 좋다고 표현하셨다. 자식한테는 짐이 될까 봐 요구를 안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또 "임종 직전에는 일주일 2, 3회 방문하면 좋은데, 횟수 제한이 있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재택의료 서비스는 만족도가 높지만, 아직 시범 사업 단계로 일부 지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시작된 3차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 130여 곳입니다. 재택의료 서비스가 동네 의원급 병원 위주로 가까운 지역 사회에 제공된다는 점에서 수요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입니다.

게다가 참여 병원 중 임종까지 케어하는 곳은 일부입니다. 정확한 현황은 복지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천시 부평구에 이어, 최근 부산시가 임종 간호 등 생애 말기 돌봄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낮은 수가(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주는 돈)로 인해, 외래 진료보다 경쟁력이 없어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재택의료 자리 잡은 일본, '의료기관 사망 비율' 감소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재택의료 인프라가 대폭 확대되면서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일본은 주기적으로 환자를 찾아가 상태를 살피는 '방문 진료'와 요청이 오면 출동하는 '왕진'이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입니다.

월별 방문진료 건수는 2017년 71.1만 건, 2018년 75.5만 건, 2019년 79.5만 건으로 증가 추세고, 왕진도 월 13~14만 건에 이릅니다. 2020년 기준 전체 진료소의 21.6%, 전체 병원의 약 36.1%가 방문진료를 제공했습니다.(보건사회연구원, '인구 고령화에 따른방문진료 및 재택의료 제도화 방향')

한국은 전체 사망자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자 사망 비율이 2012년 36.7%에서 2022년 53.7%까지 증가했습니다.(통계청) 생애 말기 돌봄이나 임종 케어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는 겁니다.

최근 국회에는 재택 임종을 돕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급여 항목에 '임종 간호'를 추가하는 법안이 제출됐습니다. 우효순 씨는 "삶의 끝이 가족의 품이어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하지만,
쉬운 게 아니"라며 "의료 시스템이 품위 있는 죽음에 기여하는 것 만큼 의미 있는 일도 드물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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