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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85개국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각각 관세율을 산출했다고 했지만, 실제론 단순한 나눗셈 하나로 관세를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가 큰 나라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식이다.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상대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정리한 도표를 보여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엑셀 수식 하나로 가능한 국가별 관세 계산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를 담은 도표를 공개했다. 국가별로 나눠 각국이 미국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를 기재했고, 미국은 이를 기반으로 절반 수준의 할인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최소 10%부터 최대 50%까지다. 한국에 대해선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미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 한국 수입액은 1315억 달러다. 수출액은 655억 달러로, 660억 달러의 상품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를 기록했다. 660억 달러 상품수지 적자를 수입액인 1315억 달러로 나눈 값이 0.502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50.2%가 나온다. 한국이 미국에 대해 실질적으로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이 이같이 간단한 수식으로 도출된 결과였다.

다른 나라도 같은 계산법이 적용된다. 지난해 미국은 일본으로부터 1482억 달러를 수입하고, 797달러를 수출했다. 상품수지 적자는 685억 달러다. 수입액으로 나눠 환산하면 46.2%가 나온다. 상품수지 적자에서 수입액을 나눈 값은 중국 67.3%, 유럽연합(EU) 38.9%, 인도 52.3%, 베트남 90.4% 등으로 계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부담하는 관세라며 공개한 숫자 일본(46%), 중국(67%), EU(39%), 인도(52%), 베트남(90%)과 일치한다. 최종적으로 미국은 이렇게 도출된 숫자를 2로 나눠 상호관세를 적용했다. 미국이 상품수지 흑자를 기록했거나 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비율이 10% 미만인 국가에 대해선 10%의 기본 관세를 일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 이후 백악관은 국가별 관세율 문서를 공개했는데 여기엔 한국에 대한 관세를 26% 부과한다고 기재했다. 대통령이 손에 들고 발표한 자료와 백악관 문서의 관세율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역시 1%포인트 차이가 일부 나타났다. 인도의 경우 26%의 관세율로 발표했는데 백악관 문서에선 27%로 나온다. ‘(수출액-수입액)/수입액)/2’라는 계산식을 적용한 뒤 소수점을 반올림하느냐, 올림을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상호관세 취지와 관련도 없어
이 같은 단순 계산식이 적용되다 보니 실제 상대국의 관세는 관련이 없었다. 예컨대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가 0.79%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실효세율이 낮다는 점을 여러 차례 설명해왔는데 사실상 헛수고였다. 미국은 자국 상품에 대한 보조금이나 환율 조작 가능성, 비관세 장벽 등이 이번 상호관세 부과의 배경이라고 설명했지만, 상품수지를 기반으로 한 계산식이 드러나면서 설득력을 잃게 됐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상호관세 계산법을 소개하면서 “각 국가의 관세, 규제, 세금 등 정책으로 무역 적자 효과를 계산하는 건 복잡하지만 상대국과의 무역 적자를 0으로 만드는 것과 일치하는 관세 수준을 계산해 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상호관세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다. 상호관세는 상대국이 매기는 관세만큼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단순히 상품수지에 비례해 관세를 매기면 미국만 상대국에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강봉주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미국이 공식적으로 계산식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를 숨기려는 의도도 없던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국에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를 축소하라는 압박일 수 있다. 높은 관세율을 책정한 뒤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도에도 관세 부과
관세 부과 국가는 185개국에 달하는데 미국과의 교역이 거의 없는 작은 나라까지도 포함했다. 가장 높은 세율을 적용한 곳은 남아프리카의 소국 레소토와 캐나다 동부 해안의 프랑스령 섬인 생피에르 미클롱으로 관세가 50%에 달한다. 생피에르 미클롱은 인구가 1만명도 되지 않는다. 캄보디아(49%), 라오스(48%)가 뒤를 이었다.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나라 중엔 인도양 남부 ‘허드 맥도널드 제도’(10%)도 포함됐는데 이곳은 무인도다. 남극 대륙에서 약 1700㎞ 떨어진 섬으로, 펭귄과 바다표범·바다새 등이 서식하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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