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2022년 4월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해 앉아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절대 우리 (제주 4·3) 유가족과 도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아, 윤석열 정부는 정말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대 대선 전날인 지난 2022년 3월8일 제주 유세에서 한 약속은 3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그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지만 대통령이 된 후엔 한 번도 추념식을 찾지 않았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도 2023년 김기현 대표, 지난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올해 권영세 비대위원장까지 모두 추념식에 불참했다. 3일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 77주년 추념식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함께 국민의힘을 대표해 비대위원인 최형두 의원이 자리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원래 권 위원장이나 권성동 원내대표가 가려고 했는데, 내일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자가 잡혀서 그걸 준비하느라 참석을 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도부의 제주 민생탐방 일정까지 계획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4일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진다면 윤석열 정부는 집권 내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한 번도 4·3 추념식을 찾지 않은 정부로 남게 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여권이 제주 4·3을 대하는 태도 역시 윤 대통령 약속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윤 대통령이 2022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에 앉힌 김광동 전 위원장은 “제주 4·3은 공산주의 세력이 벌인 무장투쟁이자 반란”이라고 주장한 뉴라이트 계열 인사다. 국민의힘은 2023년 전당대회에서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고 한 태영호 전 의원을 최고위원에 선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3일 제주특별자치도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77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야당의 대응과 비교된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와 제주 지역 의원들이 추념식에 참석했고, 조국혁신당은 제주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천하람 개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 등 야당 대표들이 빠짐없이 제주를 찾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3일 제주특별자치도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77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추념사에서 “(4·3은) 냉전과 분단의 시대적 아픔 속에서 수많은 분이 무고하게 희생된 현대사의 큰 비극”이라면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안에 추가 진상조사를 마무리하고 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 권한대행은 “제주 4·3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화합과 상생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며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다시 일어선 4·3의 숨결로 대한민국을 하나로 모으고 미래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로 인한 사회 갈등을 줄이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202 김용현 “끝까지 싸우자” 옥중서신…지지자들에 ‘파면 불복’ 메시지 랭크뉴스 2025.04.05
44201 아동 성착취물 6개국 특별단속으로 435명 검거... 한국인은 374명 랭크뉴스 2025.04.05
44200 윤, 파면 이틀째 관저 머물러…다음주 퇴거할 듯 랭크뉴스 2025.04.05
44199 “명문이다, 눈물 나”…찬사 이어진 헌재 尹파면 결정문 랭크뉴스 2025.04.05
44198 경제 대혼란에 마음 바꾼 미국인…54%가 '트럼프 관세정책 반대' 랭크뉴스 2025.04.05
44197 미국, 전 세계 대상 '10% 기본 관세' 정식 발효… 국가별 관세는 9일부터 랭크뉴스 2025.04.05
44196 문형배 "헌재 안전 보장한 경찰 감사…탄핵심판 무리없이 끝나" 랭크뉴스 2025.04.05
44195 줄어든 인파, 시들해진 분위기…윤 지지자들 “헌재 판결 다 아냐” 억지 랭크뉴스 2025.04.05
44194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탄핵심판 원만한 진행 도움 준 분들께 감사” 랭크뉴스 2025.04.05
44193 [尹파면] 尹, 이틀째 관저 머물러…이르면 내주 퇴거할 듯 랭크뉴스 2025.04.05
44192 헌재 “계엄 막은 건 시민들”…돌아보는 그날 랭크뉴스 2025.04.05
44191 로봇개·드론으로 제사음식 운반…달라진 中청명절 성묘 '눈길' 랭크뉴스 2025.04.05
44190 중대본, 산불 피해 주민에 긴급생계비 300만원…“산사태 2차피해 최소화” 랭크뉴스 2025.04.05
44189 “이제 전광훈 처벌을”…탄핵 기각 대비 유서 썼던 목사님의 일갈 랭크뉴스 2025.04.05
44188 오세훈, 주말 집회 대책회의‥"긴장의 끈 놓지 말고 대응해야" 랭크뉴스 2025.04.05
44187 [尹파면] 자취 감춘 지지자들…한남 관저엔 무거운 정적 랭크뉴스 2025.04.05
44186 오랜만에 ‘숙면의 밤’ 누리시길 바랍니다[신문 1면 사진들] 랭크뉴스 2025.04.05
44185 트럼프 '전세계 10% 기본관세' 정식 발효…상호관세는 9일 랭크뉴스 2025.04.05
44184 "尹 주장 믿기 어렵다"…헌재, 곽종근·홍장원 진술 믿은 이유는 랭크뉴스 2025.04.05
44183 검·경·공수처 수사 속도…윤 전 대통령 ‘직권남용’ 추가 기소 예고 랭크뉴스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