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애경산업 매각 추진
계열사 자금 지원에 부채 급증
K뷰티 세대교체 상징되나
애경그룹이 기업 모태인 화장품·생활용품 계열사 애경산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악화하던 그룹 재무 구조가 지난해 말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영향까지 받으며 캐시카우인 애경산업을 팔아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애경산업 매각이 케이(K)뷰티 세대교체의 상징적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애경산업은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 뷰티업계 신흥 주자 구다이글로벌(조선미녀)과 에이피알(메디큐브)에 밀려 기존 3위 자리를 내주고 5위로 내려앉았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애경산업 순이었던 뷰티 시장 지형이 바뀌는 것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최근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애경산업 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 애경자산관리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63.38%다. 전날 종가 기준 애경산업 시가총액이 382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 지분 가치는 2426억원 수준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이보다 높은 가격인 6000억원 수준에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그룹이 그룹 모태인 애경산업을 매각하는 것은 막대한 부채 탓이다. 애경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제주항공 등에 계속해서 자금을 수혈했다. 이는 그룹 전체 재무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소비 위축과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여파로 유통이나 화학 등 다른 계열사도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그룹 지주회사 AK홀딩스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4조원 수준으로 부채비율은 2020년 233.9%에서 지난해 328.7%로 급등했다.
애경그룹은 지난 1954년 비누, 세제 등을 만드는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를 모태로 성장했다. 현재 ▲제주항공(항공) ▲애경산업(생활용품·화장품) ▲애경케미칼(석유화학) ▲AK플라자(백화점 및 유통) 등 크게 네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AK플라자만 비상장사다.
애경산업의 실적도 좋지 않다.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최근 몇 년간 부진을 겪었다. 애경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 해외 매출의 70%에 달한다. 에이지투에니스 등 주력 제품들이 홈쇼핑과 중장년층 소비자 위주였던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작년엔 구다이글로벌과 에이피알에 밀려 만년 3위 자리도 뺏겼다. 신규 인디 뷰티 브랜드들이 북미 시장에서 성공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반면, 애경산업은 뒷걸음질 쳤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애경산업 매각이 K뷰티 세대교체를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기존 화장품 ‘빅3′ 기업은 중국 시장을 통해 성장했지만, 중국 경기침체와 한한령, 애국 소비 등 복합적인 이유로 한계를 맞닥뜨렸다. 이후 작년부터 북미 시장이 K뷰티 붐을 주도하면서 아마존 등에서 성공을 거둔 구다이글로벌과 에이피알 등의 인디 브랜드를 위시한 신흥 주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 화장품은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수출액 규모 1위다.
북미와 일본에서 성공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틱톡 등 숏폼 마케팅을 기반으로 현지 MZ(1980년대~2000년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급속 성장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 티르티르 등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수차례 진행해 몸집을 매출 1조원대로 키웠다. 에이피알도 매출 7000억원을 달성했다. 더파운더즈(아누아), VT, 비나우, 라운드랩 등도 지난해 3000억~4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해 애경산업 턱 끝까지 쫒아왔다. 애경산업도 루나 등으로 미국 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뒤처졌다.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애경산업이 아직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팔아야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과 화장품이 주력 사업이라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는 캐시카우다. 지난해에도 6791억원의 매출과 46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루나 등 업력과 전통이 있는 브랜드를 가진 데다 그룹 상징인 애경산업을 매각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상실 중인 애경산업이 헐값이 되기 전에 파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업력이 길고 루나 등 핵심 브랜드를 보유한 애경산업이 사모펀드나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면 뿔뿔이 해체돼 경쟁력을 되찾을 기회마저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경그룹 측은 애경산업 매각에 대해 어떤 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애경산업 매각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다만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맞는다”라고 했다.
계열사 자금 지원에 부채 급증
K뷰티 세대교체 상징되나
애경그룹이 기업 모태인 화장품·생활용품 계열사 애경산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악화하던 그룹 재무 구조가 지난해 말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영향까지 받으며 캐시카우인 애경산업을 팔아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애경산업 매각이 케이(K)뷰티 세대교체의 상징적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애경산업은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 뷰티업계 신흥 주자 구다이글로벌(조선미녀)과 에이피알(메디큐브)에 밀려 기존 3위 자리를 내주고 5위로 내려앉았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애경산업 순이었던 뷰티 시장 지형이 바뀌는 것이다.
애경산업 본사./애경산업 제공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최근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애경산업 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 애경자산관리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63.38%다. 전날 종가 기준 애경산업 시가총액이 382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 지분 가치는 2426억원 수준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이보다 높은 가격인 6000억원 수준에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그룹이 그룹 모태인 애경산업을 매각하는 것은 막대한 부채 탓이다. 애경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제주항공 등에 계속해서 자금을 수혈했다. 이는 그룹 전체 재무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소비 위축과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여파로 유통이나 화학 등 다른 계열사도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그룹 지주회사 AK홀딩스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4조원 수준으로 부채비율은 2020년 233.9%에서 지난해 328.7%로 급등했다.
애경그룹은 지난 1954년 비누, 세제 등을 만드는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를 모태로 성장했다. 현재 ▲제주항공(항공) ▲애경산업(생활용품·화장품) ▲애경케미칼(석유화학) ▲AK플라자(백화점 및 유통) 등 크게 네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AK플라자만 비상장사다.
그래픽=정서희
애경산업의 실적도 좋지 않다.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최근 몇 년간 부진을 겪었다. 애경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 해외 매출의 70%에 달한다. 에이지투에니스 등 주력 제품들이 홈쇼핑과 중장년층 소비자 위주였던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작년엔 구다이글로벌과 에이피알에 밀려 만년 3위 자리도 뺏겼다. 신규 인디 뷰티 브랜드들이 북미 시장에서 성공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반면, 애경산업은 뒷걸음질 쳤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애경산업 매각이 K뷰티 세대교체를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기존 화장품 ‘빅3′ 기업은 중국 시장을 통해 성장했지만, 중국 경기침체와 한한령, 애국 소비 등 복합적인 이유로 한계를 맞닥뜨렸다. 이후 작년부터 북미 시장이 K뷰티 붐을 주도하면서 아마존 등에서 성공을 거둔 구다이글로벌과 에이피알 등의 인디 브랜드를 위시한 신흥 주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 화장품은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수출액 규모 1위다.
북미와 일본에서 성공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틱톡 등 숏폼 마케팅을 기반으로 현지 MZ(1980년대~2000년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급속 성장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 티르티르 등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수차례 진행해 몸집을 매출 1조원대로 키웠다. 에이피알도 매출 7000억원을 달성했다. 더파운더즈(아누아), VT, 비나우, 라운드랩 등도 지난해 3000억~4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해 애경산업 턱 끝까지 쫒아왔다. 애경산업도 루나 등으로 미국 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뒤처졌다.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애경산업이 아직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팔아야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과 화장품이 주력 사업이라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는 캐시카우다. 지난해에도 6791억원의 매출과 46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루나 등 업력과 전통이 있는 브랜드를 가진 데다 그룹 상징인 애경산업을 매각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상실 중인 애경산업이 헐값이 되기 전에 파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업력이 길고 루나 등 핵심 브랜드를 보유한 애경산업이 사모펀드나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면 뿔뿔이 해체돼 경쟁력을 되찾을 기회마저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경그룹 측은 애경산업 매각에 대해 어떤 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애경산업 매각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다만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맞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