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2017년 3월 10일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 발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헌재 결정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내려진 것이다.”

2017년 3월 10일 오후 8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지 8시간 30여분 만이다.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이하 황 전 총리)는 무거운 표정으로 단상 위에 올랐다. 이어 승복을 당부하는 대국민담화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검사 출신인 황 전 총리는 “대한민국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국가”라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승복하기 어렵다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젠 수용하고 지금까지의 갈등과 대립을 마무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더는 장외 집회를 통해 갈등과 대립을 확대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젠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상처를 달래며 차가워진 손을 맞잡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때 ‘광장’도 탄핵 찬성과 반대 진영으로 갈라져 극심한 대립을 이어갔다. 황 전 총리는 “서로를 적대시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2일 오전 청주 충북도청 앞에서 열린 보수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의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그러던 그는 현재 ‘아스팔트 투사’다. 황 전 총리는 헌재 승복을 당부했던 과거와는 달리 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각하돼야 한다”며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헌재 앞 기자회견에서는 “만일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소추를 인용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번져가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불복을 시사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좌파 정당인 진보당이 황 전 총리를 내란 선동 혐의로 고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윤 대통령과 황 전 총리의 정신세계를 묶는 밧줄은 부정선거에 대한 믿음이다. 황 전 총리는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당대)를 이끌며 ‘부정선거’ 의혹을 퍼뜨리고 있다.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도 ‘부정선거는 멸망한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부정선거는 팩트입니다”라고 주장하면서도 새로운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미 대법원서 “문제없다”고 결론 난 일명 ‘일장기 투표지’(투표관리관 도장이 뭉개져 일장기 빨간 원처럼 찍힌 투표지) 등을 다시 꺼냈다. 여권 관계자는 “황 전 총리가 21대 총선에서 자신이 이끌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민주당에 대패한 뒤로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기 시작한 거로 안다”고 말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상계엄과 부정선거 사기 카르텔’을 주제로 외신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역시 9년여 전 국회 대정부질문 때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대 대선은 관권, 부정선거”라는 주장에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다”고 맞섰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에 대해 황 전 총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직(국무총리)에 있을 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지금은 시민의 한 사람”이라며 “생각을 정리해 입장을 낼 수 있다. 또 나는 지금 정치를 하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정선거는 늘 있었는데 그땐 증거를 갖고 있지 않아 의심과 추정만 했을 뿐”이라며 “21대 총선 재검표 과정에서 일장기 투표지 등 증거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법원 판결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609 "샤워를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 희한한 행정명령 무슨 일 랭크뉴스 2025.04.10
46608 尹 전 대통령 부부, 내일 오후 5시 관저 퇴거... 사저로 이동 랭크뉴스 2025.04.10
46607 [속보]尹, 내일 오후 5시 용산 떠난다…반려동물 11마리와 이동 랭크뉴스 2025.04.10
46606 “트럼프 관세 피한다” 애플, 중국 대신 인도 선택한 속사정은? 랭크뉴스 2025.04.10
46605 “서울대, 세종시로 옮깁시다!”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4.10
46604 이재명 “진짜 대한민국 만들 것”…한동훈 “시대를 바꾸는 대통령 될 것” 랭크뉴스 2025.04.10
46603 [속보] 윤석열, 내일 오후 5시 관저 퇴거···파면 일주일만 랭크뉴스 2025.04.10
46602 한동훈 대선 출마날 ‘비호감 1위’…홍준표>오세훈>김문수 뒤이어 랭크뉴스 2025.04.10
46601 “나야 죽어도 상관 없지만”…‘파면’ 윤 전 대통령 전한길 불러 한 말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4.10
46600 곧 한남동 떠나는 尹, 관저정치 이어 사저정치 가능성은 랭크뉴스 2025.04.10
46599 [단독] 韓, 브라질에 무역협정 제안…2조달러 시장 선점 착수 랭크뉴스 2025.04.10
46598 원희룡·김태흠 대선 불출마···‘친윤표 분산 방지’로 출마 20명→10명 반토막? 랭크뉴스 2025.04.10
46597 [속보] 윤석열 전 대통령, 내일 오후 5시 관저에서 퇴거 랭크뉴스 2025.04.10
46596 "화장실 뭐가 대수"…변기 청소 한덕수에 따진 잼버리 사무총장 랭크뉴스 2025.04.10
46595 “괴물 정권 탄생 막아야”…한동훈, 대선 출마 선언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5.04.10
46594 석유화학, 美 관세 유예에 반색… 中은 막혀 반사익도 랭크뉴스 2025.04.10
46593 尹, 전한길 만났다…“나야 감옥 가고 죽어도 상관없지만” 랭크뉴스 2025.04.10
46592 나경원, 내일 대선출마 선언‥"나라 지키기 위한 처절한 마음" 랭크뉴스 2025.04.10
46591 여가부·조직위 허위보고… 감사원 “새만금 잼버리, 총체적 부실로 실패” 랭크뉴스 2025.04.10
46590 헌재,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정족수' 與권한쟁의심판 각하 랭크뉴스 202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