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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이들의 처연한 몸부림…"그날의 아픔 잊히지 않고 기억돼야"
유가족협의회, 유가족 지원을 위한 사단법인 5월 설립 예정
추모 공간·비행안전 교육실습장 조성·특별법 제정 추진


편집자 주
=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시설물과 충돌해 승객과 승무원 등 179명이 희생됐습니다. 희생자가 모두 영면에 들기까지만 11일 소요됐던 이번 참사가 오는 7일로 발생 100일째를 맞습니다. 연합뉴스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의 여전한 아픔, 진상규명과 제도 개선의 여정을 짚는 기사 2편을 송고합니다.

가시질 않는 슬픔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지난 1일 광주 동구 계림동 한 카페에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김모(40) 씨가 희생자인 남동생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2025.4.3 [email protected]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김혜인 기자 =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동생이었는데…참사로 세상을 떠난 지 3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가족들 귓가엔 그 말이 아직도 맴도네요."

179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00일을 엿새 앞둔 지난 1일.

희생자 명부에 이름을 올린 남동생 거주지 인근에서 만난 유가족 김모(40)씨는 아물지 않은 '그날의 아픔'으로 여전히 허덕이는 모습이었다.

안부를 물을 새도 없이 지우지 못한 휴대전화 속 환히 웃는 동생의 사진만 바라봤고, 치밀어 오르는 슬픔에 울다 그치기를 반복하며 그동안의 생활을 풀어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김씨는 자녀를 잃은 부모 걱정에 매일 같이 본가를 찾는다고 했다.

3남매 중 둘째이자 외동아들이었던 희생자를 잊지 못한 어머니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동생의 빈방을 하루가 멀다고 찾는다는 것이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손으로 잡던 김씨는 "애지중지했던 동생을 떠나보낸 뒤 어머니는 동생이 사용한 이불을 부여잡거나 책상에 엎드려 우는 것으로 무너진 일상을 보낸다"며 "유품을 정리하면 나아질까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빈방에는 초등학생 시절 동생이 작성한 일기장과 군에 입대한 뒤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곳곳에 놓여있는데, 동생의 흔적이 묻어 있는 유품을 정리하면 동생을 영영 떠나보낼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했다.

김씨는 "부모에게는 든든한 아들이었고, 남매 사이에서는 유쾌한 남동생, 오빠였다"며 "다른 유가족도 마찬가지겠지만, 희생자들의 빈자리는 100일이 다 되도록 메워지지 않고 있다"고 울먹였다.

특히 결혼을 앞둔 터라 남동생의 황망한 소식은 가족들의 가슴 속에 짙게 남아 있다고 했다.

홀로 떠날 만큼 여행을 좋아했던 남동생이 이번 여행에서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하겠다고 말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남동생의 프러포즈는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됐다"며 "100일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으나 유가족에게는 고통의 시간이었고 지금도 그 아픔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방이라도 전화를 걸어 '누나 사랑해'라고 말할 것만 같아 눈물이 나온다"며 "동생을 비롯해 희생된 이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지난 1일 광주 서구에 마련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 사무실에서 박한신 대표(가운데)와 대표단이 회의하고 있다. 2025.4.3 [email protected]


3개월이 지나도 가슴에 잔상처럼 남은 슬픔에 허덕이는 유가족들은 비극적인 참사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잊히지 않고 기억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희생자 179명의 유가족 129가구가 속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가족협의회는 이를 위한 첫 단추로 '사단법인 설립', '특별법 제정'이 간절하다고 했다.

생계를 잃은 유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하고, 공식 기구가 출범하면 체계적인 진상규명을 촉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논의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가족협의회는 이달 중순 열리는 유가족 총회에서 유가족 지원 등의 세부적인 정관을 손보고, 다음 달 사단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박한신 가족협의회 대표는 "특별법에는 유가족에 대한 생활·의료·돌봄뿐만 아니라 미성년 유가족의 교육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며 "특별법 제정과 사단법인 설립을 최우선 현안으로 삼고 협의회를 꾸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십여년이 지나도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추모 공간 조성도 계획 중이다.

사고가 난 무안국제공항 인근 부지에 별도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비행안전 교육실습장을 조성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잇겠다는 취지다.

전남 담양군 한 추모관에 임시 보관 중인 희생자들의 유품도 이곳으로 옮기고, 사고로 파손된 꼬리 부분 기체를 조형물로 설치하는 안을 구상 중이다.

박 대표는 "유가족을 대신해 할 일이 산적해 있다"며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는 수년이 지난 후에야 나오고, 이 결과를 토대로 피해배상·보상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단법인을 통해 유가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유가족 중에서는 생업을 포기하고 협의회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 12·29 추모식 행사 비용 등의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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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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