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아리아스 "미국 연방정부 취소 통보"
SNS에서 "로마 황제인 것처럼 행동" 쓴소리
SNS에서 "로마 황제인 것처럼 행동" 쓴소리
198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오스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1일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온 아리아스의 미국 비자를 취소했다. 산호세=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 기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미국 비자를 취소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스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이날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정부로부터 내 여권에 있는 비자를 정지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메일에선 이민 및 국적법 제221조(i)항을 근거로 들었는데, 이 조항은 미 국무장관과 영사관 직원이 재량에 따라 비자를 취소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는 "어차피 미국 여행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아 제게 아무런 영향은 없다"면서 "구체적인 취소 이유까지는 알지 못하며, 코스타리카 정부가 개입한 것 같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통보를 두고 아리아스 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달 4일 페이스북에서 로드리고 차베스 현 코스타리카 정부의 대(對)미국 외교 전략을 "복종적"이라고 규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코스타리카 정부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순방 이후 "미국에서 추방된 제3국 이민자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었다.
그는 "작은 나라(코스타리카)가 미국 정부와 의견을 달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특히 대통령이 로마 황제처럼 행동하고 나머지 세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지시할 때는 더욱 그렇다"고 적었다. 미국에서 추방된 제3국 이민자들을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두고 '로마 황제처럼 군림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비판자가 미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84세인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두 차례(1986~1990년·2006~2010년)에 걸쳐 코스타리카 대통령을 지낸 인물로, 1980년대 중국과 미국이 갈등을 겪던 시기에 평화를 중재한 공로로 198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마지막 임기 동안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으며, 2007년에는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도 했다.